자기주도학습의 권위자, 송인섭 특임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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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http://www.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6659/artclView.do?layout=unknown

프랑스의 대문호인 생텍쥐페리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흔히 자식교육에 대해 얘기할 때 종종 듣는 말 중의 하나가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인데, 생텍쥐페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적욕구에 대한 갈망, 학습탐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라고 말한다. 최근 교육계의 트렌드에 따라 풀이하자면 이른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대학에서 30년 가까이 재직하고 지난 2012년 퇴임한 송인섭 교수는 자기주도학습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지금이야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2000년대 당시만 해도 자기주도학습은 그리 친숙한 용어가 아니었다. 송 교수는 2005EBS 다큐멘터리 [교육실험 프로젝트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에서 최초로 자기주도학습 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공부는 전략이다와 같은 관련 서적도 60여 권 가까이 펴내며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냈다.

 

송 교수가 지난 1학기부터 특임교수로서 우리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이미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송 교수와 정기적인 면담을 가질 정도로 송인섭 교수와 함께하는 모임이 형성됐다. ‘숙명에서 성취한 지적 성과를 숙명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소망이라는 송 교수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 반갑습니다, 교수님. 오랜만에 다시 숙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어떤 강의를 맡고 계신지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신입생 대상의 교양필수 수업인 세계시민교육과 리더십 강의에서 숙명인과 함께하는 송인섭 교수의 미래전략과 나 자신’”이라는 특강을 한 꼭지 맡았습니다. 올해 1학기부터 시작해서 2학기까지 진행했는데 대략 신입생의 대부분을 만나본 것 같아요. 제목은 미래 전략인데, 사실 특별한 얘기는 아니에요. 대학생으로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 창의력을 증진시키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과 미래의 자신의 진로 문제를 함께 고민 하는 거죠. 단순히 스펙만 쌓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적성과 흥미, 자신만이 선택한 미래의 진로를 잘 고려해서 숙명에서 출발을 잘하자라는 얘기를 주로 합니다.

 

- 창의력과 자생력이 미래 진로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지금까지 대학은 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습득하는 능력을 가르치는데 주력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보다 자기 스스로 창의적인 사고, 달리 말하면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창출하는 인재가 더 각광받게 될 겁니다. 타인과는 다른 나 자신만의 영역을 분명히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이걸 저는 자생력이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자생력이 꽃피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가장 중요해질 것이고, 그 출발은 자기주도학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에 이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 자기주도학습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1985년도에 처음 학교에 왔는데, 그동안 느낀 건 학생들이 뭘 할지 막막해한다는 거에요. 누가 시키는 것만 기다리다보니 자기의 미래 전략이나 구체적 계획, 앞으로 하고 싶은 자신만의 생각을 갖거나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죠. 그런 상태면 취업할 때 원서를 100군데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1군데를 넣어도 자기 생각, 강점 미래의 삶의 설계와 전략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죠. 직장에 들어가 성공한 이들도 백이면 백 타인과 차별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친구들이에요.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제가 연구한 자기주도학습도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는 학습전략과 행동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한 삶을 만들어 보는 학습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스스로 미래계획, 공부계획을 세우고 어떤 식으로 실행할지 발표와 토론을 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논의와 수정을 거쳐 자신만의 길을 찾는 학습과정입니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 하나 가는 것도 왜 가야하는지, 가서 얻는 건 무엇인지 학습자 스스로가 고민의 출발지점이 되는 겁니다. 그동안 한국 교육이 타인지향적, 접수적이었는데, 이걸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게 핵심이죠.

 

-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경험적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PPT로 따지면 150페이지 정도 되는 긴 내용인데 흥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반응에 놀랐습니다. 실제로 강의를 마치고 나서 많이 느꼈다며 상담요청을 하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은데 모든 학생들의 얘기를 다 듣고 싶지만 워낙 대단위 강의다보니 그렇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학생들은 상담에서 주로 무슨 얘기를 하던가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교수님, 저는 미래가 없습니다에요. 대학을 오면 뭐든 다 될지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느끼는 무력감과 졸업 이후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죠. 또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서먹하고 자신이 소속된 학교와 학과에 대한 불만도 조금은 토로합니다. 심지어 학교를 포기하고 싶다며 우는 제자들도 많이 봤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들어주는 거지요. 학생의 얘기를 가급적 편견 없이 진솔하게 듣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을 공유하지요. 숙대에 와서 제가 이룬 것들, 만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숙대는 우리나라에서 여러분 자신을 맡겨도 되는 톱 클래스 대학이다. 여기 온 너도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그려보라고 응원하면 대부분 마음 속 응어리를 풉니다. 저는 우리대학이 이런 친구들을 더 안아주고 품어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그중에서 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지난 학기에 학생 5명과 동시에 함께 만나서 상담한 적이 있어요. 한 학생이 내내 인상만 쓰고 앉아있어서 이상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나자마자 문자가 왔어요. 다음날 만났더니 그 학생이 울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 얘기를 하기 싫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정말로 어렵게 공부했다, 등록금도 비싸고 알바를 해야 하는데 공부시간이 부족하니까 수업에선 졸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전혀 미래가 안 보인다는 얘기였습니다. 서로 한 두어 시간 얘기했습니다. 숙대는 정말 좋은 대학이고 나도 여기 있으면서 참 의미있는 삶의 가치를 느끼고 있다. 훌륭한 선배들도 많이 나왔으니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감을 가지라고 얘기해줬습니다. 또한 소속 학과 교수님들과 많은 대화를 권했습니다. 그렇게 3번을 만났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이제 좀 심호흡을 하고 살 수 있겠습니다, 교수님. 그전까지는 숨도 못 쉬고 어깨도 못 펴고 살았는데 이제 미래가 좀 보입니다. 4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나중에 꼭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또 이런 친구도 있었습니다. 대학을 세 번째 옮겼는데 여기 와서도 확신이 없다는 학생이었죠. 그래서 왜 이렇게 학교를 바꾸냐, 숙대라는 학교는 학생들을 아끼는 대학이니 이곳에서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이것저것 해보라고 소개하고요. 나중에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교수님 같은 분들도 한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왔구나알게 되니 용기를 얻었다고요. 지금 그 친구는 우리대학에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아주 열심히 자신의 내일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 내년부터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따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교양수업 중 특강 형식으로 진행하다보니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내년 1학기부터는 교과목 연계 없이 별도로 운영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초교양대학과 협의 중입니다. 강의의 초점은 숙명인으로서의 내면을 키우고 자긍심을 쌓아 긍적적인 자아를 만드는데 두고 있습니다. 신입생들이 우리대학을 신뢰하고 영원한 동반자로서 확고한 신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싶고, 특히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학생들과 집중적으로 상담하면서 이들을 안정적인 숙명의 구성원으로 안착시키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테면 신입생뿐만 아니라 2학년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해 진로교육, 자아 찾기, 자기주도적 공부법에 관한 특강을 하고 싶고, 또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자기주도학습 특별프로그램 과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 타진 중입니다. 이미 이들을 위한 자기주도학습 책자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잘 이어진다면 앞으로 진성 영재 교육의 숙명만의 특성화, 초중등학생 대상 자기주도학습 캠프 운영 등 다양한 의견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앞으로 숙명여대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스스로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생화의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숙대하면 내세울 수 있는 특성과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주도학습 교육이 하나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마지막으로 숙명에 하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모든 대학들이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와 부족한 재정, 교육과정의 재구성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아픔은 항시 있어 왔고, 단지 시간과 내용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대학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숙명에서의 지난 30여 년의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우리대학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단 그러기 위해선 숙명의 구성원 모두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발전된 숙명의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방관자가 아니라 숙명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주체입니다. 저는 우리대학이 무한한 잠재 가능성이 있는 한국의 대표대학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확신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하나 더 말씀 드린다면, 제가 특강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합격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라면서 소위 새춘기(새내기+사춘기)’라던지 아웃사이더, 공부법 혼란 그리고 혼족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학생들은 오늘도 우리대학에 많은 기대를 하며 의지를 하고 있습니다. 숙명 구성원 모두가 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포옹해서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끄는 풍토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