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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글로벌 무대에서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다…롱샴코리아 첫 여성CEO 박성희 동문

  • 조회수 194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0-02

“명품의 가치는 소비자가 부여하는 신뢰에서 비롯되죠.”


대학 시절 글로벌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운 박성희 동문(무역학과88)은 무역회사와 면세점을 거치며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의 힘을 깨달았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2014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롱샴(Longchamp)의 첫 여성 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압도적인 카리스마 대신 소통과 동반성장을 중요시한다. 회사는 물론,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며 모교 후배들과의 멘토링 또한 진행한 바 있다. 동문이 걸어온 길과 그 안에 담긴 ‘연결’의 힘을 숙명통신원이 직접 들어보았다.



1. 대학 시절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그 관심이 어떻게 명품 업계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무역학과를 전공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포부를 갖고 있었어요. 졸업 후 영원무역 해외수출영업 마케팅 부서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고, 그러다 면세점에서 수입바잉MD 제안을 받으면서 버버리,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같은 명품이라도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깨달았어요. 명품 브랜드마다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판매 직원들과 나누면 고객과의 소통도 원활해져 자연스레 판매 성과도 높아지리라 생각했죠. 그래서 제가 들은 이야기에 직접 조사한 내용을 더해 교육자료를 만들 정도로 브랜드 스토리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명품업계에 발을 들여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2. 2014년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롱샴’의 한국 첫 여성 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데요. 지사장으로서 부여받은 미션이 있었다고요.


국내 시장에서 저평가된 롱샴의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매장 입지와 이웃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과거에는 롱샴이 잡화 브랜드와 함께 입점했었지요. 취임 이후에는 하이엔드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과 나란히 배치될 수 있도록 브랜드 히스토리를 마련하고 백화점 측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했어요.


이 외에도 매장을 파리의 아파트먼트처럼 꾸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MZ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와 적극적인 셀럽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그 결과 현재 롱샴의 주요 고객층 중 MZ세대 비중이 54%까지 성장했답니다.



3. 영원무역 해외수출 마케팅팀을 시작으로 면세점MD부터 롱샴코리아의 대표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도전이나 전환점이 된 순간이 있을까요? 


에스티로더 코리아 면세 사업부에서 4년 째 근무하던 어느 날, 직속 상사가 제게 빈 A4 용지를 내밀었어요. Asia Pacific Regional Office가 있는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길 기회가 왔는데 고민만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왼편에는 여기 머물렀을 때, 오른편에는 변화를 택했을 때 예상되는 이점과 어려움을 적어 보라고 하더군요. 안정적이지만 성장과는 거리가 먼 현재에는 적을 내용이 거의 없었고, 덕분에 저는 변화를 선택할 용기를 얻었어요.


싱가포르에서 보낸 3년은 몹시 힘들었지만 글로벌 업무 역량을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코스메틱 업계를 떠나 패션 업계로 트랙을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덕분입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롱샴 코리아 첫 여성 CEO라는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을 거예요.


4. 조직 운영에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실제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고 있나요? 또 지사장으로서 본사와 직원들을 잇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 사무실 문을 열어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직원들은 저와 상의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들어와 이야기 나누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긴 회의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즉시 간략하게 대화하여 서로의 시간을 아낌과 동시에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소통을 하려 합니다.


지사장은 단순히 본사의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메신저’로서 한국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여 본사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본사가 한국 시장에 맞는 전략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본사의 비전과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이 과정에서 저는 개인이 아닌 한국 지사를 대표하는 '공인'이라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울입니다. 모든 팀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고 팀원들이 제 메시지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 숙명여대 경력개발처 멘토 자문 교수로도 활동하였는데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멘토’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지원했어요. 제가 취업할 당시에는 인턴십 같은 기회가 거의 없어서 학교 밖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 막막했거든요. 우리 후배들은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제 멘토링 프로그램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 한국 지사의 유통 전개와 다양한 직업 소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명품 패션 유통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멈추게 되어 아쉬움이 크게 남아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질 만큼 소중한 경험입니다.


6. 멘토링 프로그램 진행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고요.


3년에 걸친 멘토링을 통해 만났던 학생들이 롱샴에서 인턴을 하거나 타사에서 경력을 쌓고 롱샴에 스카우트되어 함께 일하는 등 같은 업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하고 기쁩니다.


특히 모교에서 멘토링을 처음 시작했던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당시 회사에서도 새로운 업무를 개시하면서 여기저기에 적응을 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 보여준 긍정적인 반응과 열정 덕분에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죠.



하지만 출장이 잦아지면서 종강 쯤에는 결국 후두염에 걸렸어요. 쉰 목소리와 기침으로 멘토링을 이어가던 마지막 날,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우리 학생들이 정성껏 쓴 편지와 가습기를 선물해 줬어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정말 고맙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7.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느새 34년. 대학교 졸업 이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롱샴코리아 대표로서는 한국에 롱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저의 건강과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좀 더 귀 기울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의 소중함과 그 하루가 주는 뿌듯함이 저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멘토링 수업을 하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8. 진로 고민이 많은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 초년생들이 하루빨리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백세 시대를 살아갈 여러분들은 앞으로 두세 분야 이상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세상을 살게 될 거예요.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고 먼저 어느 분야에 가서도 기본 이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두가 자신이 갈 길을 일찍 발견하고 확신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다양한 업계와 분야에서 꾸준히 기본 역량을 쌓아 나가다 보면 분명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고진(미디어학부24), 윤지원(테슬전공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