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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무해한 콘텐츠도 잘 팔립니다" SBS PD 출신 ‘비타콘’ 대표 옥성아 동문

  • 조회수 22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0-20
  • 콘텐츠 기업 '비타콘' 대표 옥성아 동문(홍보광고 03) 인터뷰



마법의 스프가 국물 맛을 좌우하듯, PD의 개성은 프로그램 속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옥성아 동문(홍보광고 03)이 만든 작품은 다정함이 가미된 무해한 맛이다.


옥 동문은 2007년 SBS 공채 PD로 입사해 <SBS 스페셜>, <모닝와이드>, <세상에 이런 일이>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거쳤고, 2016년부터는 SBS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모비딕에서 <고막메이트>, <쎈마이웨이> 등 다채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자신의 페르소나를 확실히 드러냈다. 그 결과, 2018년 SBS 연예대상 모바일 프로그램상을 받으며 ‘디지털 콘텐츠 PD’로도 인정받았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에 “오래가는 건 결국 무해한 콘텐츠”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는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다. SBS PD에서 콘텐츠 기업 대표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옥성아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직접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BS PD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1년 차 콘텐츠 회사 ‘비타콘’을 이끌고 있는 옥성아입니다. ‘비타콘’은 “인생 콘텐츠로 사람들을 연결해 세상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반드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에, 누군가의 인생에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다정한 연결과 즐거운 활력을 나누고자 합니다.



2. 2007년 SBS 공채 PD로 입사해 17년간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하셨습니다. PD라는 진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좋은 것을 발견하면 꼭 주변에 알려주고 싶어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여기 맛있대”, “이게 요즘 유행이래” 하며 새로운 것을 공유하는 친구였죠. 그러다 보니 제게 ‘전달’은 습관이자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입사할 무렵, 이야기를 가장 널리 전할 수 있는 무대는 지상파 방송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무대를 가진 PD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3. 2016년부터 SBS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모비딕’에서 <쎈마이웨이>, <고막메이트>, <티파니와 아침을>과 같이 평균 조회수 100만 뷰에 이르는 히트 프로그램을 만드셨죠.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기획부터 제작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저는 늘 최종 이미지를 먼저 상상합니다. 예를 들어 <고막메이트>를 기획할 때는 판단이나 비난이 없는 세계를 상상했어요. 해결책보다는 경청과 진심 어린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 제 머릿속의 완성본이었죠.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는 늘 ‘잘 된 그림’을 먼저 그려봅니다.


다음 단계는 섭외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그려둔 그림에 필요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출연자를 찾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는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어서 섭외는 늘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D가 꿈꾸는 세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핵심이에요. “내가 꿈꾸는 세계는 이런 모습이고, 당신을 이렇게 빛나게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보여줄 때 출연자도 마음을 열고 참여하게 됩니다.


마지막은 제작입니다. 프로그램은 결코 혼자 만들 수 없어요. 저는 프로듀서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합니다. 지휘자가 연주자들을 하나의 음악으로 이끌 듯, 프로듀서도 스태프들을 모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해야 하죠. 내가 상상한 세계를 팀과 꾸준히 공유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프로듀서의 진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4. 굉장히 긴 여정을 소화해야 하네요.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운 점은 최소 50여 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이 끝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해요. 제 생각을 하나의 세계로 구현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경험이니까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서로 달라도, 방향만 같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막메이트>의 출연자 딘딘과 저는 성향이 매우 달랐지만,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진심 하나로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죠.

 

5. 동문님의 저서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에서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연대하는 프로그램’을 추구한다는 문구를 읽었어요. 동문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응원과 연대의 방식이 구현된 콘텐츠가 <고막메이트>라고요.


17년 동안 피디로 일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날카로운 피드백보다 그 사람 있는 그대로를 믿어주는 게 더 큰 힘이 된다는 거예요. 누군가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고 지켜봐 주는 것, 그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그 마음을 담아 만든 프로그램이 <고막메이트>예요. 이 세계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비판하지 않고, 상대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MC 중 한 명인 작사가 김이나 님은 사회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사연을 경청하고 자신만의 색깔 있는 해법을 건네주는 모습으로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결국 제게 진정한 응원과 연대란 ‘서로를 온전히 믿어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6. 세 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고막메이트>는 시청자의 고민을 다루는 세심한 시선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청자와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저희는 모든 댓글에 빠짐없이 댓글을 다는 것에 가장 공을 들였습니다. <고막메이트>는 평균 조회수 100만, 많을 때는 댓글 1,000개 이상이 달리는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업로드 후 주말 동안 작가와 PD가 역할을 나눠 전 댓글에 답글을 달았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분명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첫째, 답글 알림이 울리면 시청자에게 재방문 신호가 되어 콘텐츠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댓글과 같은 상호작용은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적인 노출을 만드는 핵심 지표입니다. 둘째, 신뢰(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직접 귀를 기울일 때 시청자는 “여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정서적 신뢰를 느끼고, 그 신뢰가 커뮤니티를 자라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빠짐없는 답글’은 단순한 세심함을 넘어, 발견성(알고리즘)과 신뢰(커뮤니티)를 동시에 키운 유튜브 채널 전략이 되었습니다.



7. ‘현대인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라는 신념 아래 무해하고 편안한 콘텐츠를 지향하고 계세요.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정함’과 ‘무해함’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무해한데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PD”예요. 사실 처음부터 ‘무해함’을 결심한 건 아니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페르소나가 드러납니다. 저는 “다정하지만 강인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 결과 제 색깔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죠.


여기에 제작자로서의 신념이 더해졌습니다. 2016년부터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하며 자극적인 포맷이 쏟아질수록, 오히려 위로와 공감의 빈자리가 보였어요. 느리지만 진정성 있는 콘텐츠는 오래 지속되고 끈끈하게 확산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오래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농장>, <1박2일>처럼 무해한 즐거움을 주는 포맷이 많죠. 그래서 저는 무해함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제 개인적 페르소나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치니까요.



8. 안정된 방송사를 떠나 콘텐츠 회사를 설립하셨어요. 창업을 결심한 이유와 첫 프로젝트 <러브온탑>의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창업도, <러브온탑>도 처음부터 계획된 일은 아니었어요. 작년에 번아웃으로 17년 만의 첫 휴직을 보내던 중이었어요. 오래 인연을 맺어 온,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재단 ‘바보의 나눔’에서 가족 돌봄 청년을 돕는 홍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았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던 시기였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러브온탑>이 탄생했고, 이는 결국 퇴사 및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러브온탑>은 스타가 종이컵을 쌓을수록 기업이 기부금을 적립해 가족 돌봄 청년에게 바로 전달하는 간단한 원리의 기부 프로그램입니다. 홍진경, 박재범, 이경규, 박경림, 10CM 권정열, EXO 찬열, 엔믹스 등 수많은 톱스타가 참여했고, 시즌2까지 총 약 1억 6천만 원 전액이 기부되었습니다. 출연자와 기업은 긍정적 이미지와 홍보 효과를, 시청자는 즐거운 기부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저는 큰 확신을 가졌습니다. 무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콘텐츠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제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 사회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러브온탑>은 비타콘의 비전 Contents(콘텐츠)–Connect(연결)–Contribute(기여)를 현실로 보여준 첫 사례이자, 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러브온탑> 출연자들과 함께


9. 최근 기획하신 <최애와 부킹>은 2025 문학주간 1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 문학 작가와 탑스타의 ‘책을 매개로 한 설레는 첫 만남’을 포착한 콘텐츠입니다. ‘최애×부킹’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이 기획은 어떻게 출발했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올해 10주년을 맞은 ‘문학주간’을 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며 기획을 시작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큰 행사지만, 대중의 체감이 높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거든요. 지상파에서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문학을 더 쉽고 즐겁게 다가가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최애와 부킹〉은 서로에게 호기심이 있는 아티스트와 작가가 책을 매개로 만나 생기는 케미스트리를 포착하는 포맷입니다. 예를 들어, 40만 부 이상 판매된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와 그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나현우가 책으로 만나 ‘부킹’하는 식이죠. 단순히 작가와 대담하는 기존 형식을 벗어나 참여형·경험형 요소를 더해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궁금하신가요? 그럼 유튜브에서 ‘최애와 부킹’을 검색해보세요.(웃음)


<최애와 부킹> 제작 현장


10. 동문님이 제작하신 콘텐츠는 일상과 밀접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디어는 주로 언제, 어떤 순간에 얻으시는 편인가요?


휴대폰 메모장, 사진 캡처, 노션 이 세 가지가 제 ‘영감 창고’예요. 저는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인터넷을 보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바로 캡처하고, 영감이 스칠 땐 카페 냅킨에라도 적어 둡니다. 그리고 노션을 애용해요. 콘텐츠 아이디어와 진행 상황은 물론, 기사·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아카이빙하죠.


하지만 저장만 해두고 다시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모아둔 기사와 자료를 쭉 훑어보고 정리합니다. 인풋이 많아도 나만의 방식으로 아웃풋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내 것이 아니니까요. 시험공부 때 읽기만 하는 것보다 직접 써야 머리에 남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일상에서 늘 깨어 영감을 포착하고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차곡차곡 축적하는 것, 그게 저의 영감 수집법입니다.



11. 디지털 콘텐츠 시장 개척부터 자신의 콘텐츠 철학을 실현한 회사 창업까지, 수많은 도전을 이어오신 동문님이 PD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후회를 최소화하지 말고, 최적화하라.”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집 『위대한 대화』에서 만난 이 문장이 제 삶의 태도를 바꿨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어느 정도의 후회를 쌓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고 자책하기보다, 매 선택에서 배우고 다음 선택을 더 낫게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게 제가 17년 SBS PD를 그만두고 성장과 모험의 길을 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후회가 두려워 결정을 미루면, 인생의 무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더 대담하게, 더 많이 경험해 보세요. 특히 콘텐츠 기획·제작, PD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요구하는데요. 그 출발점은 늘 몰입의 경험입니다. 직접 겪을수록 표현의 넓이와 깊이가 달라집니다. 학교 안팎에서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보면, 그 경험이 힘이 되어 기회를 부르고, 작은 성공들이 쌓여 단단한 ‘나’를 만들어 줍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의 나를 100%로 써보고 싶어지지 않나요? 


Everything Counts! 모든 것은 축적됩니다. 여러분만의 색깔을 찾아 완주하는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기획취재팀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 24), 조준희(정치외교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