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에서 시작되는 세계, 웹툰 작가 김라무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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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0-31
- 웹툰 작가 김라무 동문(법학부) 인터뷰
“이야기는 언제나 한 장면에서 시작돼요.”
잠들기 전, 문득 떠오른 강렬한 장면 하나가 새로운 세계를 연다. 그 한 장면에서 캐릭터가 태어나고, 이야기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김라무 동문은 《The 윷놀리스트》로 시작해 《경성야상곡》, 《왕관 없는 여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인물 간의 긴장과 심리전, 그리고 한계를 넘어 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김라무 동문. 이야기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웹툰 작가 김라무 동문의 세계를 숙명통신원이 들여다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여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데뷔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김라무(필명)입니다.

2. 재학시절 법학을 전공하셨어요. 그 후 웹툰 작가로 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 읽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만화를 읽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좋아하는 취미였습니다. 밥 먹을 돈을 아껴서 만화책을 살 정도였으니까요.
대학교 졸업 이후 대기업 법무팀을 비롯해 전공과 관련 없는 일까지 온갖 일을 해 봤는데도 전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 공지를 보고 무작정 지원하게 됐어요.
데뷔작 《The 윷놀리스트》- 윷놀이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3.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신 후 《The 윷놀리스트》로 데뷔하셨어요. 그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네, 오빠가 예선 발표일에 네 만화 예선 통과했다며 일어나라고 깨우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너무 신기했어요. 1화가 처음 업로드된 날도 기억나요. 댓글 창을 보는데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는 게 신기해서 열심히 새로고침하며 봤어요.
4. 작품을 구상할 때 캐릭터나 배경, 스토리에 영감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작품 구상은 보통 특정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장면은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확 깰 정도로 강렬한데요. 다짜고짜 떠올린 한 장면만으로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와 배경과 스토리도 장면에서 역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처음 제가 떠올렸던 그 장면이 반드시 필연적이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스토리텔링 같아요.
두 번째 작품 《경성야상곡》- 생김새가 같은 소녀 두 명의 뒤바뀐 삶을 그려낸 시대극
5. 코믹 일상물부터 시대극,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오셨는데요. 장르마다 특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움이 없었는지도 궁금해요.
글을 쓸 때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에 다양한 장르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연재하고 있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작화가 중요해서 그쪽에 신경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어려운 점은 연재할 때마다 장르가 달라지는 바람에 매번 새로운 부분이 많아서 아직도 신인 작가로 활동하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니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세 번째 작품 《왕관 없는 여왕》
- 예기치 못한 사고로 딸이 쓴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에 빙의된 엄마의 이야기
6. 동문님의 작품에는 꾸준히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경성야상곡》에서는 어린 두 소녀가, 《왕관 없는 여왕》에서는 중년 여성이 중심이 됐어요. 이렇게 다양한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으실 때, 동문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신의 한계를 한 번쯤 고민하는 시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자주 그리게 되네요. 중요한 것은 고민하되 매몰되지 않는 것. 자신의 한계를 고민해 본 그 다음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사람이 좋아요.
저는 캐릭터의 배경 설정에 따라 인물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타입의 작가라서, 다음 작품에는 또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저마저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여성 캐릭터로 찾아뵙겠습니다.
현재 연재 중인 네 번째 작품 《붉게 물들면》- 《왕관 없는 여왕》의 스핀오프
7. 작품 속에는 늘 인물 간 긴장과 심리전이 돋보이는데요. 이런 치밀한 전개가 법학 전공과 관련이 있을까요? 또 심리적 대립이나 전략적 요소를 설계할 때 특별히 참고하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학부생 시절 미국 법정 드라마나 수사물을 너무 좋아해서 당시 개설된 미국법 수업을 전부 들었는데요. 그때 리즈닝(Reasoning)*에 대해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쓸 때 서로 대립하는 인물이 있다면 진심으로 양쪽 편에 서서 주장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스토리 짤 때는 언제나 또 다른 자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리즈닝(Reasoning): 어떤 결론이나 행동을 도출하기 위해 논리적 추론이나 근거를 제시하는 사고 과정
8. 작품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피드백이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설정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으신가요?
작품을 보시면서 댓글을 다시는 분들은 극히 일부이고 이미 정해진 스토리가 있기에 댓글을 스토리 전개나 설정에 반영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독자님들이 어떤 캐릭터를 아끼고 좋아해 주시는지 댓글에서 느껴져요. 그렇게 되면 저도 그 캐릭터를 새롭게 보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제 만화가 편지라면 댓글은 답신 같아요. 댓글이 달리면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달아 주시는 댓글들은 전부 감사히 여기며 읽고 있으니 혹시 제 만화를 보신다면 댓글 많이 달아 주시면 좋겠어요.

9. 작가 김라무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도전해보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왕관 없는 여왕》의 판타지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현재 연재하는 작품도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요. 그런데 세계관이 크고 인물도 많아서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게다가 얼마 전부터 또 다른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라서 괴롭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점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만화는 워낙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독자님들과 만나기까지 최소 반년에서 1년 이상 걸리거든요. 주간 연재도 최소 1~2년은 해야 하고요. 제가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작가로서의 목표는 ‘어제보다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0. 창작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 보세요. 여기저기서 항상 듣던 말이었는데,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만한 조언이 없더라고요. 당장 창작과 관련 없는 일이라도 좋습니다. 뭐든 경험해 보세요. 지금은 아무 관련 없어 보여도 창작할 때 반드시 쓰일 테니까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고진(미디어학부 24), 조준희(정치외교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