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언덕에서 국제무대로… 국제영양과학연맹 최초 아시아 여성 회장 김현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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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2-05
- 국제영양과학연맹 최초 아시아 여성 회장 김현숙 명예교수(식품영양77) 인터뷰

“당당히 걸어가세요. 온 세상이 여러분의 무대입니다.”
학부생 시절 청파언덕에서 꾼 꿈은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올해 8월, 김현숙 동문은 국제영양과학연맹 79년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여성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제 그는 세계를 무대로 영양학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식품영양학과 학생에서 교수로, 30여 년간 숙명과 함께한 김현숙 동문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몸소 증명해 왔다. 숙명을 떠나 명예교수가 되었지만, 그 안에 깃든 숙명의 DNA는 여전히 세상을 향하고 있다. 그 발걸음을 숙명통신원이 따라가 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김현숙입니다. 숙명여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24년까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올해 8월부터는 2029년까지 국제영양과학연맹(IUNS) 회장을 맡았습니다.
2. 국제영양과학연맹(INUS) 최초의 아시아 여성 회장이십니다. 이 연맹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국제영양과학연맹(IUNS)은 1946년에 설립된 단체로, 내년이면 80주년을 맞이해요. 전 세계 86개국의 영양학 관련 학회와 협회가 참여하고 있고, 한국영양학회는 1969년에 가입했습니다. 핵심 목표는 영양학의 학문적 발전과 연구 활성화예요. 4년마다 열리는 ‘국제영양학술대회(ICN)’를 통해 각국의 학자들이 연구를 공유하고 교류합니다. 저는 올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취임했답니다.
2025 국제영양학술대회(ICN)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김현숙 교수
3. 4년간의 임기 동안 국제 무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지금 세계는 기후 위기, 식량 안보, 영양 불균형 등 수많은 영양 관련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기아로 인한 생명 손실’을 막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어요. 이른바 ‘Zero Hunger’, 즉 기아 종식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또한, 현대인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비만, 당뇨, 만성질환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영양전문가 리더십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차세대 영양 리더를 양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에요. 특히 각 대륙별로 운영 중인 영양 리더십 플랫폼을 IUNS를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해 국제적인 인재 양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어요.

4. 교수님께서 식품영양학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0대 시절에 저는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어요. 그러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고, 영양학이 인간의 생명과 깊이 연결된 학문이라는 걸 깨달았죠. 공부를 거듭할수록 영양학의 실용성과 생명력에 점점 더 매료됐어요. 교수가 된 후로는 생화학과 생리학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함께 ‘살아있다’라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재미를 느꼈고요. 돌이켜보니 식품영양학은 제 안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준, 제 삶과 참 잘 맞는 길이었네요.
5. 교수님께서 주목하고 계신 영양학 연구 트렌드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영양학의 가장 큰 화두는 AI 기술의 활용이에요. 얼마 전 한국영양학회에서도 ‘인공지능과 영양학의 결합’을 주제로 다뤘어요. 예전에는 개인의 특성을 영양 시스템에 반영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AI를 활용해 건강 상태나 유전자, 식습관까지 분석해서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는 ‘정밀영양’이 가능해졌어요. 이 기술은 인류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나아가 인공지능과 영양학이 긴밀히 결합한다면, 국제적인 식량·영양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6. 숙명의 강단에서 교육 부문 우수교수상을 7차례나 수상하시고, 2024년에는 스승의 날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으셨습니다. 교육자로서 교수님께서 지켜오신 철학이 있을까요?
숙명에서 교수로 지낸 31년 6개월 동안 제 인생에서 ‘강의’가 항상 1순위였어요. 제 일상 자체가 강의 준비였죠. 평소에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건 생화학 시간에 꼭 얘기해야겠다’, ‘이건 영양학 수업의 좋은 비유가 되겠네’ 같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영감들을 수업에 녹여내 설명했어요.
수업이 있는 날엔 강의 앞 시간을 꼭 비워둡니다. 다른 일정이나 미팅, 전화도 잡지 않아요.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을 비우고 들어갔어요. 그래야 수업 시간에 차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준비해 온 걸 온전히 쏟아낼 수 있거든요.

7. 오랜 시간 숙명의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시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을 꽉 채워 바쁘게 지내는 친구들이 참 많았어요. 그럴 때 저는 학생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합니다. ‘내가 정말 바쁜 걸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바쁜 걸까? 그리고 이 바쁨은 나에게 정말 가치 있는 바쁨일까?’
저는 ‘네거티브 셀렉션(negative selection)’이란 표현을 좋아해요. ‘무엇을 더 하려 하기보다, 덜 중요한 일을 과감히 가지치기하라’는 뜻이죠, 필요 없는 가지를 쳐내고, 진짜로 의미 있는 가지를 튼튼하게 키우세요. 이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로 채우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균형도 찾아올 거예요.
8. 교수님처럼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국제 감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아요. 외국에 나가야만 생기는 것도 아니죠. ‘나는 세계의 한 부분인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세요. 그리고 영어 공부를 항상 1순위로 두세요. 영어는 평생 함께 가야 할 친구입니다. 웬만한 전문 지식은 공부하면 다 따라잡을 수 있는데, 걸림돌이 되는 건 언어의 장벽이에요. 국제무대에 나가고 싶어도 그 벽 때문에 주춤하는 경우가 많죠. 저도 각국 화자마다 다른 영어 발음과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영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결국 체력 싸움이에요. 가슴이 뜨겁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못 해요. 삶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자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길 바라요.

9.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해 첫발을 내딛던 그 시절의 자신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입학을 한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저를 마주한다면 그저 말없이 저를 안아주고 싶어요. 할 말은 많지만, 우선은 말없이 어린 나를 안아줄 거예요. 그러고는 너 진짜 대단하다. 너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대단했다고,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딱 그 한마디를 해주고 싶어요.
10. 마지막으로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숙명을 떠난 지금도 제 핏속에는 숙명의 DNA가 흐르고 있어요. 숙명은 이 땅에서 여성의 힘으로 세워진, 구국의 정신이 깃든 학교예요. 즉, 숙명의 정신은 꿈을 안고 솟아올라 세상을 바꿀 힘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이 이 정신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바라보며, 행동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 번뿐인 인생에서 아쉬움이 없도록, 인생의 정점(peak)를 경험해 보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24), 24기 한나림(법학부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