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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당신의 꽈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나요? 꽈리 작가 이애리 동문

  • 조회수 48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2-19
  • 미술작가 이애리 동문(회화88) 인터뷰



우리의 삶과 감정이 점과 선의 흐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선들이 모여 하나의 꽈리를 이루고, 각기 다른 형태와 색을 품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이애리 동문(회화88)은 ‘꽈리’라는 독창적 소재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일명 ‘꽈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애리 동문의 하루는 작업실에서 시작해 작업실에서 끝난다. 10시간 이상 선을 그리고 멈추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또 하나의 선을 이어가는 고요한 수행의 시간을 보낸다. 멀리서 보면 탐스럽게 빛나는 꽈리지만, 그 안에는 수천 개의 선이 겹쳐 쌓여 있다. ‘꽈리’에 담은 한 줄기 희망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이애리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전한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꽈리작가 이애리입니다. 숙명여대 미대 회화과에서 한국화로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했어요. 현재 모교 미술대학 회화과 객원교수와 안양문화예술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83회의 개인전과 약 800회의 단체전을 개최했고, 키아프(KIAF)와 엑스포 시카고 등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했습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신한금융그룹, 홍콩 하버시티그룹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공공기관·기업·호텔 및 개인 소장처에 작품이 소장돼 있습니다.



2. ‘꽈리’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꽈리는 제 작업실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서 꽈리를 파시던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출발했어요. 할머니는 어릴 적 뒷동산에서 종일 꽈리 하나만으로도 즐겁게 놀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예쁜 꽈리를 들여다보다 살짝 벌려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열매를 꼭꼭 씹으면, 새콤하고 달콤하며 살짝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가벼운 껍질에서는 ‘꽉꽉’ 소리가 나며 피리처럼 불 수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꽈리가 시각, 미각, 촉각, 후각, 청각 오감을 만족시키는 풍부한 문화 예술의 소재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실에 돌아와서 씨앗, 열매를 통해 생명의 순환,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주황색 꽈리를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3. 꽈리는 작품 안에서 다양한 상징을 품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꽈리’의 의미를 들려주세요.


사실 꽈리는 공과 사랑, 부와 다복을 상징하는 행운의 심볼이에요. 예로부터 꽈리의 모습과 연관하여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가 전해지는데, 먼저 복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부와 복을 상징하고, 등초롱 모양으로 초롱불을 닮았다 하여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로 길상과 성공을 상징합니다. 또 씨앗을 감싸고 있는 꽈리 형상이 마치 아기를 품은 엄마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사랑, 다산, 다복의 의미도 지니게 됐어요. 그리고 꽈리의 꽃과 열매, 잎, 뿌리 모두 현재 약재로 활용되고 있어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식물이죠.


앞선 모든 이유로 꽈리는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고, 남녀노소를 통틀어 교감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소통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꽈리가 각박한 사회 속 보는 이에게 행운과 행복을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4. 주묵과 나무젓가락을 활용해 다양한 선을 표현하셨어요. 이런 독창적인 도구들은 어떻게 찾아내고 활용하게 되셨나요?


작업실에서 우연히 주변의 나뭇가지를 이용해 드로잉해 본 것이 시작이었어요.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선이 매력적이었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점이 마음에 걸려 대안을 찾던 중, 나무젓가락을 깎아 사용하게 됐죠. 붓과는 전혀 다른 촉감과 선의 표정이 신선했고, 깎는 방식과 먹의 스며듦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이 과정은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오히려 잡념을 비우고 집중하게 만드는 수행처럼 느껴졌어요.


이후 ‘꽈리’의 색감과 잘 어울리는 주묵을 중심으로 홍묵·청묵 등 색깔 먹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업량이 늘면서 나무젓가락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굵기의 DIY 필기구에 주묵과 채묵액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지금의 균일하고 섬세한 선 표현이 완성되었습니다. 누구나 서투른 시기를 지나 성장하듯, 저 역시 이 과정을 통해 보다 평온하고 성숙한 표현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또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확장되는 한국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죠. 



5. 꽈리를 화폭에 되살려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선묘와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업과 대외 일정을 제외하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작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선으로 이루어진 제 작업 특성상 끊김이 없이 이어져야 한 덩어리의 꽈리가 완성되는데요. 그 하나하나의 꽈리가 다 다른 모습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집중해서 한 선 한 선 숨을 고르고 멈췄다가, 다시 그리는 과정을 이어오고 있어요. 완성될 전체를 생각하며 흐트러짐 없는 선으로 꽈리들을 맞춰가는 반복은 분명 힘겨운 고행이고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며 오늘도 묵묵히 수행하려 합니다.



6. 3D 프린팅 기술로 철강 소재 작품도 제작하셨습니다. 앞으로 꽈리를 더욱 색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구상하고 계신 작업이 있을까요?


포스코와 협업했던 POSART는 철강에 3D 프린팅을 접목해 디테일한 질감 표현이 매력적이었던 반영구 작품이었는데요. 기존의 철강 소재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보기만 했던 작품을 만져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죠.


이 외에도 꽈리의 조형성을 기반으로 러그 및 스탠드와 조명, 소파 등 인테리어 제품들도 선보였어요. 또 전기자동차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도 있었고요. 현재 설치 예정을 앞둔 조형물도 여러 개 있고, 다양한 부조와 입체적 꽈리를 선보이려 활발히 구상 중입니다.


7. 꽈리를 구성하는 수백 가닥의 선은 ‘사람의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지금, 동문님의 삶 속에는 어떤 ‘꽈리’가 숨어 있나요?


꽈리는 선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선적인 요소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표현한 것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인 꽈리의 선들을 통해 감상자의 희로애락을 담으려 했죠. 또한 다채로운 꽈리들의 변주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서 현대사회에서 다양성이 하나를 이루는 조화, 화합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수많은 선의 꽈리는 바로 모든 사람이 사랑으로 치유되어 희망과 행복으로 충만하길 바라는 기도입니다.



8. 수많은 개인전과 기획전을 진행해 오셨고, 최근 개인전 「선묘여백」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관람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동안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많은 사랑을 받은 「선묘여백」전은 저에게 특히 의미 있는 초대전이었는데요. 오랜 친분이 있는 저의 멘토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1년 정도 공들인 전시였는데 갤러리의 각종 지원으로 감사하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더욱 기대되고, 계속 지켜보고 싶은 작가로 남고 싶어요. 특히 작품 안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꽈리를 통해 좋은 기운을 전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9. 마지막으로, 후배 회화과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K아트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기가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화의 기본과 전통을 바탕으로 현 시대가 요구하는 국제적인 감각을 더한다면 앞으로 분명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숙명인으로서 한 번 더 힘내시고 나아가세요.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 24), 24기 이예린(영어영문학부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