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사이트맵 열기

사이트맵

 
모바일메뉴열기 모바일메뉴 닫기

SM인터뷰

동문 INTERVIEW

끝장을 보는 리더, 여성 최초 대한약사회 회장 권영희 동문

  • 조회수 7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12-26
  • 여성 최초 대한약사회 회장 권영희 동문(약학78) 인터뷰


대한약사회 7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 권영희 동문.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끝장 권영희’라는 별명 뒤에는, 언제나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집요함이 숨어있다. 그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약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제도 안에 녹여왔다. 소녀돌봄약국, 파지수거 어르신 돌봄약국, 세이프약국 등 그의 행보는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몸소 보여줘 왔다.


그리고 그는 이제 약사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약사가 국민 건강의 최전선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당당하게 약사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온 권영희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행동하고 실천하는 대한약사회 회장 권영희입니다. 저는 숙명여대 약학과 26회 졸업, 임상약학 석사를 졸업하고 개국약사로 활동하며 주민들을 꾸준히 돌봐왔습니다.


43년간 개국약사로 약사 직능을 수행하다 보니 약국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1차 보건의료기관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고, 외국인 근로자 투약 봉사부터 소녀돌봄약국, 파지수거 어르신 돌봄 약국 같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돌보는 사업 등을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많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며 많은 의약품을 복용하게 되는 만성질환자들의 포괄적인 약력관리*를 목표로 세이프 약국 사업을 주도하였고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결정적인 물질이 약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약을 투약하고 수여하는 약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그 역할 자체가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다 보니 약사로서 사회를 이롭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대한약사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포괄적인 약력관리: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약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부작용, 약물 상호작용, 중복 복용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약료 서비스


2. ‘여성 최초 대한약사회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동문님께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의 역사적인 사실이고, 평가일 뿐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과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출마 당시 약계 지도층이나 언론에서는 제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중앙회장은 남성이라야 힘이 있지 않느냐는 편견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여성이냐, 남성이냐보다는 지금까지 약사회원들과 함께 소신껏 일해온 성과들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제 별명이 끝장 권영희거든요. 뭐든 나서면 끝까지 물고 놓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붙인 별명인데, 약사회원들이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시고 우리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달라고 절 뽑아주신 것 같아요. 그 소명에 응답하여 우리 약사 회원들이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뛰고 있습니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여성 약사들의 사기가 크게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우리 후배들에게는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먼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전문가,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과 시간을 후회 없이 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3. 오늘의 동문님을 만든 출발점으로서, 숙명에서 보냈던 시간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오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대학 시절이 무척 좋았습니다. 사유한다는 것, 의미와 가치를 따져보며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곧 ‘자유’였습니다.


캠퍼스가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고 밀도 있는 숙명 캠퍼스를 저는 좋아했어요. 낮에는 약대 건물 곳곳을 오가며 전공 수업을 듣거나 소설, 수필, 시집을 읽고,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리자가 퇴실을 알릴 때가 되어서야 도서관을 나서며 청파동 언덕을 내려오던 순간의 뿌듯함과 든든함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학 시절의 사유와 독서 경험은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늘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합니다. 책 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애환,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가치 또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서울시약사회장, 서울시의원 등 다양한 리더의 자리를 거쳐오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로서의 결정’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때 동문님께서 자신을 다잡은 방식이 있었을까요?


대표의 자리에 서면 수시로 반대 의견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단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도 최종적으로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결정이 공동체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가장 먼저 따집니다. 결정 이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 그것 또한 서슴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 내내 끊임없이 되짚어 봅니다.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사례로는 서울시의원 재임 당시 제정한 ‘공공야간약국 조례*’를 꼽고 싶습니다. 심야 시간대 보건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추진했지만, 2년 가까이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공익을 위한 정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례는 결국 통과되어 시행되었고, 지금은 시민 만족도가 높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공공 야간 약국 조례: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 시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공공 야간/심야 약국 운영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5. 동문님께서 취임 후 집중해 오신 정책이나 사업 중, ‘이건 꼭 다음 세대 약사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까요?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약사는 약을 지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 보건의료인이죠. 그만큼 약사는 사회에서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다음 세대 약사들을 위해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고, 그들이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말씀드리자면, 한약사 문제 해결과 성분명 처방 제도화입니다. 우선 한약사가 약사법 상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 약사처럼 약국을 개설하고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어 약사-한약사의 국가 면허 체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약의 중복과 오투약을 방지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을 권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분명 처방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특정 회사의 약 이름으로 상품 처방을 함으로써 환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약 품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성분명 처방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6. 요즘 보건의료 환경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약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갖추고 집중해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무엇보다 기본이 되는 것은 인류애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 의식이 약사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약사의 핵심 경쟁력인 전문성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약사의 역할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 지식은 물론,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환자 중심의 약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 기반 헬스케어 환경이 확산될수록 약물 관리와 예방 서비스에서 약사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임상 약학을 비롯해 항생제 내성 관리, 포괄적 약물 관리와 같은 영역을 한층 더 심화해 나가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애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예비 약사들 역시 어떤 환경에서도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7. 대한약사회의 회장으로서, 인간 권영희로서 이루고자 하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인사말을 마칠 때마다 “우리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약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는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담겨 있어요. 우리 약사들이 자신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약사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자연인 권영희로서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의 가치를 위해 연대하며 일하는 약사 동료들과의 시간이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약사의 역할이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주변을 살피고 함께 나아가며, ‘옳은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제 인생의 신념을 앞으로도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8. 마지막으로, 미래의 리더로 성장하고 있는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같은 여성이자 선배로서 조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공의 벽에 갇히지 말고, 본인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마세요.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끝까지 해 보세요.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 사회가 우리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잘 몰라요. 특히 우리 숙명인들은 특유의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어느 조직에서나 주목받고 있어요. 그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멋지게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매번 얘기해요. “의지를 갖고 다시 시작하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자신이 옳은 가치를 추구하고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데에서 온다고 믿어요. 바른 것이 곧 강한 거니까요. 우리 숙명인들이 그 자부심을 품고,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24), 조준희(정치외교학과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