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끝까지…KBM 미니멈급 한국 챔피언 류시연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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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6-01-28
- 프로복서 류시연 동문(역사문화학과19) 인터뷰
KBM 미니멈급 챔피언 벨트
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인생에도 어느 순간 뜻밖의 신호가 찾아오곤 한다. 류시연 동문에게 그 신호는 우연히 시작한 취미 복싱이었다. 취미로 글로브를 손에 끼웠던 날들이 쌓여 생활체육대회에 서게 되고, 또 프로 입문까지 이어져 지금은 KBM 미니멈급 챔피언 벨트를 쥔 선수로 서 있다.
챔피언이 된 이후에도 그는 ‘이걸 위해 운동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향해 다시 다음을 준비한다. 숙명에서 배운 끈기와 부드러운 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가고자 하는 류시연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프로 데뷔 2년 만에 챔피언 달성 정말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를 졸업한 19학번 류시연입니다. 현재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버팔로복싱에서 코치로 근무하고 있고, 버팔로복싱 소속 선수로도 활동하며 KBM 미니멈급 한국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 대학교 1학년 때 취미로 복싱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프로 입문까지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말 그대로 우연인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나고 '안 해봤던 걸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운동이 복싱이었어요. 좋은 관장님과 관원분들을 만나 재미있게 운동하다 보니 관장님께서 생활체육대회를 권해주셨는데요. 승패에 상관없이 준비하면서 무조건 배우는 게 있다는 관장님 말씀 덕분에 계속 도전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 날 프로 테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우연히 시작한 운동이지만 지금은 매 경기를 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선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체육대회 출전 우승 사진
3. 프로 데뷔 후 무려 2년 만에 국내 정상급 타이틀을 따내셨는데요,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불안감인 것 같아요. 시합 일정이 잡히면 ‘이 정도만 운동해서 이길 수 있을까?’ 하며 계속 스스로를 의심하고 갉아먹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이 불안감을 온전히 극복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처음엔 운동량을 늘리면 불안감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서 컨디션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그냥 몸을 혹사했어요. 그런데 훈련을 절대적으로 많이 한다고 해서 경기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불안감은 계속해서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기보단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후회 없이 운동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요. 매일이 나에게 최선이었다면 링 위에 오를 때 불안감보단 나에 대한 믿음이 더 클 거라 믿어요.
2025.10월 타이틀전 경기사진
4. 이번 경기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가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경기중에 들려왔던 응원의 목소리들이 아닐까 싶어요. 링 위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힘들었는데 가족, 동료, 관원분들의 응원 소리는 정말 또렷하게 들리더라고요. 시합마다 너무 감사하고, 든든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며 응원받는 만큼 믿음을 저버리지 않게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아준 버팔로복싱 응원단
5.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패배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패배를 마주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넘기나요?
시합에서 질 때도 있고, 시합을 준비하면서 스파링을 하면 엄청 맞고 오는 날도 있어요. 더 뛰었더라면, 더 연습했더라면, 전략을 이렇게 짰었다면, 하는 생각이 늘 들지만, 그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결과가 나온 뒤예요. 그래서 그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음을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쉽진 않지만 빨리 패배라는 결과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6. 챔피언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타이틀 방어전까지 성공하셨는데요. 복싱선수로서 동문님의 그다음 목표가 궁금해집니다.
복싱선수로서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무래도 챔피언 벨트가 아닐까 싶어요. 한국을 넘어 동양, 동양을 넘어 세계적으로 너무나 강하고 멋진 여성 복싱선수들이 많고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선수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다음은 동양 타이틀을 목표로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목표에 비해 한참 모자란 실력이고, 이번 방어전에서도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었지만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운동해서 다음 목표까지 달려가 볼 생각입니다!
2025.10월 타이틀전 경기사진
7. 지금의 ‘복싱선수 류시연’을 만들어준 숙명에서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슬로건을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이 슬로건을 마음에 품고 있어요. 무언가에 있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뭐든지 이뤄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런 숙명의 정신을 새기고,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꾸준함을 배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힘들 때 포기하기보단 잠깐 쉬어가는 한이 있어도 다시 한 걸음 내디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8. 동문님께서는 취미로 시작한 복싱으로 챔피언까지 올라가셨는데요. 동문님처럼 취미를 진로로 이어갈지 주저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취미로 삼는 분야를 취미로써 가볍게 좋아하는 건지, 혹은 정말 이 분야에 있어서 간절한지 잘 생각해 보고 신중히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재미를 느껴 시작한 운동이지만, 선수로서 운동을 마주했을 때는 재미와는 별개로 힘든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진로로 이어가기 전에 어떤 상황이 와도 이 분야에 진심을 다할 수 있다는 확신을 스스로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는 거죠. 학우분들 모두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기획취재팀 23기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 24), 24기 명수민(문헌정보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