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무대로 한국과 캐나다 잇는 김민정 동문 "음악으로 세상에 손 내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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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6-06-16
- 비영리 단체 앰브로스&마틸다 뮤직 커넥션(AMMC) 대표 김민정 동문(관현악과 86) 인터뷰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힘은 '공감'입니다. 클래식이든, 팝이든, 가요든 장르를 떠나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깊은 공감을 끌어내니까요."
바이올린을 전공한 김민정 동문(관현악과 86)은 졸업 후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예상치 않던 무역업에 뛰어든 그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음악을 잃지 않았다. 10년 넘게 자선음악회를 열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 왔고, 그는 2021년부터는 국제콩쿠르를 통해 차세대 음악가를 발굴하고 있다.
그는 남편과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딴 비영리단체 앰브로스&마틸다뮤직커넥션(AMMC)을 설립하고 음악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고 있는 김민정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관현악과 86학번 김민정입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앰브로스&마틸다뮤직커넥션(AMMC)라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면서 음악을 통한 나눔과 국제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 2014년부터 13년째 자선음악회를 개최하며 노숙인, 자폐아,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부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자선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학교를 졸업한 뒤 2004년 캐나다로 이주해서 무역업에 종사하게 됐어요. 전문 음악인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통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선음악회를 기획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힘은 '공감'입니다. 클래식이든, 팝이든, 가요든 장르를 떠나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음악이니까요.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에게는 음악이 소외된 마음을 위로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3. 자선음악회 분야를 클래식으로 정한 이유에는 바이올린 전공 이력도 한몫할 것 같아요. 숙명에서의 경험이 현재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숙명여대는 제게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준 곳입니다 제가 재학 중이던 80년대는 지금과 시대상이 많이 달랐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안정적인 길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국제 활동이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학교가 글로벌 활동과 넓은 세상을 제게 열어준 덕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캐나다 최초의 한국계 여성 상원의원 연아 마틴 의원님과 함께 우리 학교에 방문해 당시 강정애 총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캐나다 내 숙명 동문 네트워크 형성과 글로벌 여성 리더십 교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지금 활동에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김민정 동문은 2019년 연아 마틴 캐나다 상원의원과 함께 숙명여대를 방문해 강정애 총장을 만났다.
4. 동문님께서는 자선음악회뿐 아니라 차세대 음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AMMC 국제콩쿠르'를 2021년부터 개최하고 있는데요. 콩쿠르를 기획하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바로 '연결과 성장'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녔던 세대와 지금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가 다르듯이, 음악도 세계로 뻗어 나가고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콩쿠르의 가치를 순위를 가르는 것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연주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특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5. 그동안의 콩쿠르 중에서 어떤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AMMC 국제콩쿠르 2회 때 특별상을 받은 첼리스트 참가자의 무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참가자인데, 자신의 음악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친구예요.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도 이 친구의 그림 악보와 음악이 나오기도 했어요. 콩쿠르에 등장하자마자 음악이 사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6. 2023년에는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했는데요. 특히 '수어 축사'를 선보인 것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콘서트는 워낙 큰 국가적 행사라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저희와 콩쿠르 우승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1년 넘게 온 힘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제가 원래부터 수어를 할 줄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웃음) 제가 주최하는 콩쿠르에서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참여하고 심사받습니다.
당시 콘서트에 수어 댄스를 선보이는 팀이 특별 초청됐고, 마침 캐나다 대사님도 참석하셨습니다. 캐나다는 모든 방송에 수어가 나올 정도로 장애인 인권에 앞장서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최자로서 직접 행동으로 존중의 의미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수어가 국가마다 달라, 직접 한국 수어를 따로 배워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많이 미숙하고 서툴렀지만 제 진심만큼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김민정 동문이 2023년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수어로 축사를 전하고 있다.
7. 자선음악회와 국제콩쿠르, 한국-캐나다 수교 기념 콘서트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어려움이나 부담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활동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자선음악회에 집중했습니다. 노숙인을 돕거나 병원에 구호물자를 보내고, 자폐 아동 기관이나 학교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이었죠.
그러다 제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선음악회를 함께 꾸려왔던 남편이 2021년 제 곁을 떠났어요. 생전 교사였던 남편은 오랜 교직 생활 중 늘 제게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글로벌 리더를 찾아내고,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죠.
남편이 떠난 후 홀로 남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수없이 생각해 봤어요. 그 결과 '음악'으로 남편의 뜻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비록 과정은 쉽지 않을지라도 남편이 정성껏 쌓아 올린 교육적 가치관과 뜻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이자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2020년 밴쿠버 국제공항 위문공연
8. 동문님은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하며 현지 사회와도 함께 호흡해 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기억을 소개해 주세요.
캐나다 밴쿠버에서 남편과 함께 가족 단위로 자선 공연을 개최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이민자 부부가 주축이 되어 자선 행사를 여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한국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현지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언어나 문화적 장벽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지 분들에게 "한국인 부부가 우리 사회를 위해 이런 뜻깊은 일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자선 공연 10년 차에는 오타와 연방 상원의회에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흔히 타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비록 이방인으로서 힘은 미약하고 언어는 달랐지만, 음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한국인의 위상을 높였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아이들에게도 부모로서 자랑스러운 본보기가 된 것 같아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캐나다 대한민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김민정 동문(가운데)
9. 동문님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 성인, 육아, 그리고 남편을 떠나보낸 뒤까지, 제 삶은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음악은 언제나 저를 위로해 주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가수 전인권 씨의 『걱정말아요 그대』인데요.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라는 구절이 제 마음에 와닿았어요. 이 가사처럼 제가 음악을 통해 삶의 고통을 치유받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듯이, 이제는 저도 음악을 통해 세상에 그 손길을 내밀고 싶습니다.
10. 오랜 기간 음악을 통해 나눔과 교류의 가치를 실천해 온 동문님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문화 교류 플랫폼을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것입니다. 2023년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매년은 힘들더라도 한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이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로 올해 8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여는 콩쿠르와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늘로 먼저 떠난 남편의 뜻을 받들어 일회성 공연 이상의 교육적 가치를 담은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할 계획입니다. 양국의 재능 있는 음악가를 발굴하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선한 영향력을 한국에서도 펼쳐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11.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숙명여자대학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정든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 이민을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평범한 삶은 아닙니다. 새로운 세계에 홀로 내동댕이쳐졌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걱정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세계가 주는 파릇파릇한 기대감과 짜릿함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했고 남편은 교사였지만, 캐나다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무역업에 뛰어들었어요. 전공과 상관없는 새로운 세계에 부딪히며 참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생전 남편이 문득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참 똑똑하고 훌륭한데, 높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많은 한국 사람이 한인 커뮤니티라는 좁은 울타리 안의 참새처럼 작은 곳에서 서로 경쟁하느라 바빴습니다. 눈앞의 바닥만 보면서 먹이를 쪼는 데 급급하다 보니 머리 위의 드넓은 하늘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후배님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것입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고 크게 그리세요.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는 결코 경쟁자가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하늘 위를 날아오르는 독수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한나림(법학부 25), 25기 강유하(문화관광학전공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