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생 58년 정영숙 동문 "연기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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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6-06-23
- 배우 정영숙 동문(사학 65) 인터뷰

1968년 숙명여대 4학년 정영숙 동문(사학 65)은 우연히 지원한 방송사 공채로 오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그동안 드라마 <인어 아가씨>, <하얀거탑>, <눈이 부시게>, 영화 <헤어질 결심>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선보인 깊이 있는 연기로 세대를 넘어 오래 기억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정 동문은 지금도 일일연속극 촬영 현장을 지키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그의 말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해 온 시간들이 지금의 배우 정영숙을 만들었다. 숙명의 후배들과 배우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정영숙 동문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동문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일일연속극 촬영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야외 촬영이 많고 녹화 일정도 며칠에 나눠 진행하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이어온 신념과 나눔의 봉사활동도 꾸준히 실천하며 지내고 있어요. 젊은 시절 시작한 모임이 40년이 넘었는데, 제 삶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이 돼주고 있어요. 덕분에 바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 동문님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배우 생활은 대학교 4학년 때 예상치 못한 기회로 시작됐어요. 당시 TBC(동양방송)에서 각 대학에 인재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이 왔는데, 친구들이 경험 삼아 한번 지원해 보라고 등을 떠밀었죠. 그때만 해도 저희 집에는 텔레비전도 없던 때라 방송국은 낯선 세계였어요. 당시 학교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 모두 합격했지만, 결국 졸업까지 마치고 배우 생활을 이어온 사람은 저 혼자 남았네요.

3. 사학을 전공한 것이 배우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사실 배우가 되겠다고 처음부터 꿈꿨던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사학과에 진학한 것도,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였죠.
고등학교 때는 이과반에 있으면서 약대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됐어요. 마침 필수 과목이었던 국사를 깊이 공부하면서 역사에 흥미를 느껴서 사학과에 진학했죠.
돌이켜보면 사학을 공부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고, 그때 쌓은 경험과 소양이 배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양한 시대와 인물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역사 공부가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4. 오랜 활동 동안 다양한 시대와 배경의 인물을 연기하셨어요. 역할을 준비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대본을 받으면 가장 먼저 그 인물의 성격과 내면을 이해하려고 해요. 어떤 성향인지,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생각해 보는 거죠. 경우에 따라서는 방언을 사용하는 게 더 자연스럽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인물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에는 외적인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요.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머리 모양이 어울릴지, 어떤 분위기일지 계속 고민하는 거예요.
그렇게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만들어 가면서 비로소 캐릭터를 완성해 나갑니다.
5.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동문님만의 원칙이나 연기 철학이 있나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나누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결국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경험이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고 연기의 깊이를 더해주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카메라 앞에서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늘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삶의 태도가 지금까지 현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저만의 원칙이자 연기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6. 그동안 정말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셨는데, 그중 어떤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나요?
저에게 도전이 된 역할이 제일 기억에 나요. 저와 잘 맞는 역할보다 어렵고 낯선 역할을 해냈을 때 더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드라마 '인어 아가씨'에서 한경혜라는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았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했어요. 그런데 계속 연구하고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캐릭터가 잡히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쳐 작품이 사랑받았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가 없어요.
7. 무대와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매체를 경험하셨는데, 각각의 매체에서 느끼는 연기의 매력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연기의 본질은 같지만 표현 방식은 많이 달라요. 무대는 객석 전체에 보여야 하니까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도 계산을 해야 하고, 목소리도 크게 전달해야 해요. 반면 드라마는 훨씬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하죠.
영화와 드라마도 차이가 있어요. 드라마는 방송이 끝나면 비교적 빨리 지나가지만, 영화는 작품으로 오래 남아요. 그래서 촬영 과정도 길고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해요. 그런 점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영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8. 배우라는 직업은 쉼 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현장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지치지 않게 만드는 동문님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식이 있으신가요?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그 경험의 의미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편이에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왔는지 생각해 보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성장하려고 노력하죠.
촬영이 끝난 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경험이 오히려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9. 요즘 연기 외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야가 있나요?
요즘은 유튜브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유튜브를 한번 배워볼까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여든이 다 되어 가다 보니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관심은 있어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배우고 싶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내며 마무리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10. 배우를 꿈꾸는 청년과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배우를 하고 싶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라는 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거든요. 저는 젊을 때부터 사람들을 많이 관찰했어요.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봤어요. 그런 것들이 결국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정말 끝까지 이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정말 중요해요. 방향을 잘못 잡으면 많은 시간을 돌아가게 되거든요.
또, 젊을 때는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배우면 좋겠어요. 책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거든요. 열심히 놀기도 하되,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5기 전아영(교육학부 22), 24기 조성연(경영학부 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