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만 관람객 사로잡은 공예의 매력…서울공예박물관장 김수정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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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6-07-13
- 서울공예박물관장 김수정 동문(사학과 87) 인터뷰

지난 3월 막을 내린 서울공예박물관의 <금기숙 기증 특별전>에는 113만명이 다녀가며 국내 단일 전시 기준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AI가 일상이 되고, 빠르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공예에 주목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 유일의 공예 전문 공립 박물관을 이끄는 김수정 동문(사학과 87)을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역사와 공예를 잇는 시선으로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21년부터 서울공예박물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정입니다.
2. 동문님이 관장을 맡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을 소개해 주세요.
서울공예박물관은 2021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의 공예 전문 공립 박물관입니다.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해 온 공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조명해 공예품과 관련된 재료·기술·장인정신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전시와 교육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서울공예박물관은 그 역사적 가치도 특별한데요.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 왕실·황실의 가례가 이뤄진 안동별궁 유구(遺構)와 수령 400년 이상의 은행나무 등 문화·자연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어요. 또한, 북촌의 역사문화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옛 풍문여고 건물을 절제된 미감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한국문화공간상, 202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과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2026년 1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립 박물관 평가에서 서울 지역 1위에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3. 올해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기증 특별전》에는 약 113만명이 찾아 단일 작가 전시로는 국내 최다 관람 기록을 기록했습니다. 공예를 주제로 한 전시가 이처럼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데요.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개관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은 《금기숙 기증 특별전–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은 패션을 '입는 예술'에서 철학과 사유의 매체로 확장한 금기숙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 전시였습니다. 금기숙 작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의상감독을 맡아 여러 의상을 제작했는데요. 겨울 판타지의 감동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 시즌에 맞춰 전시를 기획하고, 동계올림픽 피켓 요원이 착용했던 <눈꽃 요정> 작품을 피날레로 선보였습니다.
옷에서 조각으로, 다시 공간 설치작품으로 확장하며 작가의 창작 여정을 관람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과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힘썼죠.
많은 관람객의 밝은 표정을 보며, 공예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임을 실감했는데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기쁨을 전하는 전시를 선보여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금기숙 기증특별전 <Enlightenment in the Forest>
4. 동문님은 1987년 숙명여대 문과대학 수석으로 입학하셨는데요. 당시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으로 학업에 임했는지 궁금합니다.
수석 입학 덕분에 학부와 대학원 시절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이는 그동안의 제 삶에 중요한 토대가 됐습니다. 재학 시절 고(故) 목은균 교수님과 이만열 교수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요. 두 분의 가르침을 통해 역사의 흐름과 사회 변화를 읽는 안목을 갖추고,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어떤 일을 맡든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25년간 서울시 학예연구직으로 일하며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그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고 목은균 교수와 함께한 사학과 87학번 봄 고적답사. 김수정 동문은 왼쪽 두 번째.
5. 역사와 공예는 얼핏 보면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맞닿아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접한 문화유산이나 유물이 공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공예는 한 시대의 생활 문화와 미의식, 기술 수준을 담고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입니다. 저 역시 사학을 공부하면서 문화유산과 유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의 문화유산과 박물관을 답사했는데요. 교수님들은 역사적 건축물뿐만 아니라 회화나 조각, 공예품에 담긴 시대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설명해 주셨고, 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박물관의 전시를 꾸준히 관람하면서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일찍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제가 공예 분야에서 활동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죠.
2025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의 협력전시 《염원을 담아》전시 작품을 설치 중인 김수정 동문(오른쪽)
6.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감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감상 방법을 소개해 주세요.
공예 작품을 감상할 때 소재와 기술, 제작 과정,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모든 것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공예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예술인 만큼 '이 작품을 내 공간에 둔다면 어떻게 사용할까, 어떤 기분이 들까'를 상상하며 자신만의 감각과 취향을 통해 작품을 만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최병훈·이강효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의 테이블과 의자에 관람객들이 직접 앉아 쉬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조소희 작가의 그물망 작품을 자유롭게 올라가 놀거나 휴식할 수 있죠. 관람객이 작품과 함께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경험을 하는 셈이지요.
오는 8월 31일 개막하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전시 역시 동시대 공예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긴장을 풀고 즐긴다면 행복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곽대웅 홍익대 명예교수, 금기숙 작가, 채영 서울공예박물관 전시기획과장(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겸임교수, 김수정 동문.
7. 요즘같이 물건을 빠르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공예가 지닌 고유한 가치와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공예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래 쓰고 아끼며 다음 세대로 전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에요. 대량생산과 빠른 소비·폐기가 일상이 되고, 그 폐해가 인류 문명 존립의 위기가 되는 이 시대에, 공예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가장 오래된 미래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서울공예박물관도 이러한 관점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지속가능성을 바탕에 둔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금기숙 기증 특별전 역시 버려지는 노방과 철사, 은박지, 단추, 스티로폼 같은 재료를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공예가 지닌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많은 관람객과 공유한 의미 있는 사례였습니다.
8. 최근 K-팝, K-드라마를 비롯한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동문님은 한국 공예가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한국 공예는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과 뛰어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어요. 오늘날에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독창성과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어요. 특히 한국 공예의 강점은 전통 보존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창의성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있는 K-컬처의 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 공예는 디자인, 패션, 건축,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더 성장할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서울공예박물관도 한국 공예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 세계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LA 한국문화원 <한국 나전칠기의 역사와 명장들> 강연
9. 서울공예박물관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동문님께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들려주세요.
서울공예박물관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창의성과 손의 가치, 그리고 예술의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공예는 인간의 시간과 정성, 삶의 이야기가 담긴 문화유산이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공예의 역사와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 '한국 공예사'를 다시 쓰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이 한국 공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명수민(문헌정보학과 24), 한나림(법학부 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