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에서 건강 플랫폼 창업가로⋯'건강한 사회' 꿈꾸는 박정선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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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4-11
- 건강 플랫폼 ㈜오픽 대표 박정선(경영학과 90) 동문 인터뷰
삼성전자에 27년간 재직하며 임원까지 오른 박정선 동문(경영학과 90)이 건강 플랫폼 창업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익숙하고 안정된 길을 뒤로한 채 그가 새롭게 선택한 길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 그의 행보는 단순한 퇴직 이후의 선택이 아니라, '가치 있는 성장'을 향한 진지한 도전이었다. 신입으로 다시 출발선에 선 박정선 동문의 인생 2막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2015년 삼성전자 임원 시절 박정선 동문의 SM인터뷰 다시보기(클릭)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학과 90학번 박정선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작년에 ㈜오픽을 설립한 대표이자 신참 창업가입니다.
2. 동문님은 삼성전자에서 상무직을 포함해서 27년간 재직하셨어요. 당시 어떤 업무를 맡았나요?
24년 동안 예산, 결산, 리스크 관리 등 회사의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관리를 담당했어요. 20년 차에는 상무로 승진하며 실리콘 밸리 법인에서 CFO(최고재무관리자) 역할을 수행했죠. 이후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모바일 사업부의 신규 콘텐츠 & 서비스 부문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기존의 경영 관리와는 전혀 다른 직무로 과감하게 전환했습니다. 그곳에서 삼성페이, 삼성케어플러스와 같은 서비스의 기획, 개발 그리고 글로벌 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어요.
3. 그런데 최근 오랜 직장 생활을 끝마치고 스스로 퇴사를 선택했다고요.
신규 사업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고민이 생겼어요. 오래된 큰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일은 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죠. 그런데 그 안에서는 제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더라고요. 저는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인데, 해당 사업에서는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아무리 익숙한 곳이라도 제 가능성을 펼칠 수 없다면 더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것이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4. 퇴사 후 'OPIC'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는데, 창업 배경이 궁금합니다.
퇴사 후 2년간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가장 주목한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였어요.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죠. 앞으로 건강과 복지는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거예요. 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특히 중장년층을 위한 건강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이후 이를 접목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어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시작했습니다.
5. 장기요양제도의 한계를 직접 경험하며 이를 개선할 소통 플랫폼을 구상했다고요.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나요?
거동이 불편하신 90세 중반의 어머니를 모시면서 장기 요양 제도를 처음 접했어요. 그런데 한두 달 사이 네 명의 요양사가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변심해서 갑자기 그만두거나 단순히 시험 삼아 일을 해보려는 경우도 많았죠.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직접 재가요양센터장을 만나 요양사 채용 과정과 운영 방식을 알아봤어요.
현재 요양사는 재가요양센터장이 국가고용센터 등을 통해 그때그때 구하는데요. 요양 경력 확인과 간단한 면접만을 거쳐 채용됩니다. 요양사와 수급자가 서로의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계약을 맺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일정하지 않고 채용이 반복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양사와 수급자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박정선 동문의 어머니.
6. 그렇다면 동문님이 구상한 요양 소통 플랫폼은 어떤 구조인지 궁금합니다.
요양사와 수급자가 각자의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매칭되는 시스템이에요.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경력·성향·이전 이용자 리뷰 등을 반영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요양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기존에는 요양사의 보수가 경력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책정되는 문제도 있어요. 실력이 뛰어난 요양사도 신입과 같은 대우를 받으니 동기부여가 어렵죠. 플랫폼을 통해 경력과 평점을 반영한 차등 지급 모델을 도입하면, 우수한 요양사는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수급자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요양사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겠죠. 이렇게 되면 요양사의 처우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7. 그런데 요양 소통 플랫폼 구축에 앞서 건강 관련 제품 개발을 먼저 시작했다고요.
요양 소통 플랫폼은 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창업과 동시에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먼저 신문에 플랫폼 제안을 하고 뜻을 같이할 사람들과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퇴사 후 여러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면서 초반 사업 아이템이 너무 크고 무거우면 조기 실행이 어렵다는 점을 배웠거든요. 먼저 시장에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건강 관련 제품을 개발한 뒤, 이를 기반으로 요양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어요. 그렇게 탄생한 첫 제품이 '씨클'입니다.
8. 동문님이 구상하는 건강 관련 제품이란 무엇이며 '씨클'은 어떤 제품인가요?
저는 혁신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미 다양한 제품이 존재하는 만큼 실질적인 개선이 더 중요한 시대죠.
'씨클'은 실리콘 소재의 눈 세척 용기에요. 단순한 세척 기능을 넘어 눈에서 나온 이물질을 분석해 눈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제가 링크드인에 올린 설명을 보고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협업 제안이 온 상태인데요. 씨클을 활용하면 눈에서 빠져나온 이물질이 담긴 세정액을 컴퓨터 비전 기술로 분석해 어떤 이물질이 많은지, 무엇이 눈의 불편함을 유발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거죠.
9. 신참 창업가로서 겪는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창업 단계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초창기에 겪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하면 고객 리뷰가 있어야 판매가 활발해지는데 처음에는 리뷰가 전혀 없잖아요. 이 점을 악용해 '리뷰를 만들어 주겠다'라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창업 초기에는 절박하고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이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알고 보니 리뷰를 사고파는 비정상적인 형태였어요. 저도 처음에 잘 모르고 계약했다가 문제를 인지하고 바로 파기했어요. 하지만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 돈은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죠. 참 난감하고 힘든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속지 않고 작은 계약이라도 신중히 하게 됐죠.
10. 제2의 도전을 하는 동문님이 생각하는 도전의 가치가 궁금합니다.
도전, 참 흔한 말이잖아요. 저에게 도전의 가치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져요. 현재 저는 도전을 '생을 다하는 날까지 가치 있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삼성전자에서 경영관리를 벗어나 신규 사업으로 전향한 것, 퇴임을 결정한 것 그리고 타사에 재취업하지 않고 창업을 결심한 것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변곡점마다 '내가 맞는 결정을 하고 있나?', '저 친구들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데, 난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죠. 보통 60대 언저리를 퇴직 나이로 보잖아요. 하지만 저의 도전의 가치는 죽는 날까지 계속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70대, 80대까지를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11.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더욱 성장시켜 '오픽'이 '건강한 회사'로 자리 잡기를 원해요. 창업을 시작할 때,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 저와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건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주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12.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삶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그래서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하며 인생의 2막을 열었듯이, 여러분의 세대는 3막, 4막까지도 가능할 거예요.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분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랍니다. 혹시 그 과정에서 제 의견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윤지원(테슬전공 22), 23기 조준희(정치외교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