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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국세청 최초 여성 부이사관 전지현 동문 "불만이 있는 곳에 아이디어도 있죠"

  • 조회수 35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4-15
  • 국세청 부이사관 전지현 동문(무역학과 94) 인터뷰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우연히 찾아와요. 좋은 기회를 잡아서 굴리다 보면 바라던 내가 되어 있을 거예요"


국세청 최초로 여성 부이사관(3급)이 된 전지현 동문(무역학과 94)이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그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수강한 헌법 수업에서 이욱한 교수(현 법학부 명예교수)를 만나 본격적인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2003년 행정고시 4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정보화기획담당관·소득세과장·원천세과장·홈택스1담당관 등을 역임하며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연말정산 간소화와 홈택스 서비스 개선은 많은 직장인의 부담을 덜어준 그의 대표적인 업적. 불만이 있는 곳에서 변화의 아이디어를 찾아 국민을 위한 서비스에 힘쓰고 있는 전지현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중앙부처 중 경제부처는 여성 승진이 굉장히 어렵고, 특히 국세청은 고위직 임용이 없었다고 알고 있어요. 행시 출신 첫 여성 부이사관이 된 소감이 어떤가요?


제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온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돌이켜 보면, 학교 고시반인 수정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숙명여대에서 처음 재경직으로 합격하고 국세청에 입사했어요. 입사 1년 차에 출산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 어려움도 제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2. 처음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은 지방에서 상경해 자식을 넷 낳아 키우면서 항상 "네 앞길은 네가 선택하라"며 자립심을 길러주셨어요. 그런 부모님의 영향으로 저는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결심했고, 특히 CPA에 관심이 있었죠. 그런데 전공인 국제 마케팅 수업에서 사례 조사를 하고 글 쓰는 과제를 하는데, 결론이 모호해서 힘들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답이 명확하게 나오거나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는 회계학이나 법학이 제 성향에 더 잘 맞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다 친한 친구가 이욱한 교수님의 헌법 수업을 같이 듣자고 제안해 수업을 들었고, 법에 흥미를 느꼈어요. 열심히 공부하는 저를 보신 교수님께서 학교 고시반인 수정당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당시 수정당에는 사법고시 준비생이 많았고, 행정고시 준비생도 비중을 늘리려는 시기였거든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학우들에게 배워가며 본격적으로 행정고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혼자서 준비했다면 인내력과 지구력이 더 많이 필요했을 텐데,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큰 도움을 얻었어요. 마치 무빙워크에 올라탄 것처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죠. 


3. 좋은 인연과 기회가 맞물려서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네요.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이 종종 우연히 결정된다고 느껴요. 친구가 헌법 수업을 같이 듣자고 해줬기 때문에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 수정당에 들어갔고,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계기가 됐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결국 안 되는 거고, 반대로 좋은 기회는 인연이 닿았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4. 동문님은 국세청 원천세과장으로 재임하며 '연말정산 간소화자료 일괄제공 서비스'를 도입해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줬어요.


연말정산은 직장인이 1년 동안 납부한 세금을 실제 소득과 지출을 바탕으로 다시 계산하는 과정이에요. 매달 급여에서 일정 비율의 세금이 자동으로 떼어지는데, 이를 연말에 다시 계산해서 과다 납부한 세금은 환급받고 부족한 세금은 추가로 납부하는 거죠. 이때 연말정산에 필요한 자료를 개인이 직접 받아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어요.


'연말정산 간소화자료 일괄제공 서비스'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예요. 직장인이 국세청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해 회사에 제출하는 대신, 국세청에서 직접 회사에 일괄적으로 자료를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원천세과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도 이 아이디어는 이미 제기된 상태였어요. 저는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법적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면서 국세청이 보유한 정보를 안전하게 회사에 전달할 방안을 고안했고, 대용량 데이터를 회사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서비스의 도입으로 직장인의 연말정산이 빠르고 간편해졌죠.

 

5. 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국민들에게 적용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군요.


맞아요. 공무원 업무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전임자가 했던 일을 잘 이어받아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후임자에게 원활하게 넘기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연말정산 간소화자료 일괄제공 서비스는 예산 확보, 시스템 개발, 홍보에 2년 이상 걸린 긴 과정이었어요. 법과 규정 개정, 예산 승인 등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잘 이해하고 업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또한, 납세자들이 홈택스에서 원하는 업무를 찾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누구나 간편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홈택스 내비게이션'도 도입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홈택스 내비게이션: 세금 신고안내문·고지서 등을 바탕으로 신고서 작성에서 납부까지 진행상황을 실시간 제공하고 다음 해야 할 일(메뉴·화면)을 맞춤형으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


세금 신고서가 상당히 복잡해요. 표로 계산하는 여러 장의 서식이 있는데 저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국세청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신고서 초안을 만들면 신고 작업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들다 보니 필요 없는 메뉴가 생겨서 그런 것을 없애는 식으로 개편했습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생각보다 복잡해서 모두 협업하며 진행하는데요. 그래서 공무원은 여럿이 하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좋지 않나 생각해요. 


7. 국민을 위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대개는 현장에 답이 있어요. 납세자 민원, 언론사 취재, 국회 질의서 등 들어오는 의견 자체는 매우 많아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찾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문제는 대부분 드러나 있는 거죠. 아무래도 불만이 있는 곳에 아이디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8. 숙명에서의 경험 중 직장 생활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직장을 얻는 과정 전반을 학교에서 다 지원받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이죠. 지금도 '영재회'라고 시험에 합격한 학교 동문들과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요. 같이 고시반에서 공부하던 친구랑도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학교에서 판을 깔아줄 때 많이 경험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9. 동문님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저는 멀리 있는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생각을 해요.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보다도 무사히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요. 소박한 비전이지만 사실은 이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지치지 않도록 임하고 있어요.


10. 여성이 고위직으로 임용된 전례가 없는 직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는데요. 미래를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열려있는 기회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잡아서 굴리다 보면 대부분 어느 순간 해결돼 있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 기회가 오면 잡으라고도 해주고 싶고요.


주변 사람의 선의를 믿는 것도 중요해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큰 관심이 없고 웬만하면 다 잘해주려고 해요. 다른 사람이 까칠하게 구는 이유는 그냥 자기가 너무 힘든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내가 피곤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의미가 있는 거죠.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 24), 조준희(정치외교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