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고 행정사로 거듭난 '양주시 해결사' 이선경 동문 "도전하면 새로운 길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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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6-10
- 행정사 이선경 동문(정치외교학과 02) 인터뷰
2010년 육군, 2022년 공군 학군단(ROTC)을 설립한 숙명여대는 두 개의 학군단을 모두 운영하는 유일한 여자대학이다. 그 배경에는 2005년 국방부장관 간담회에서 여대 학군단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선경 동문(정치외교학과 02)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졸업 후 여군사관 51기로 임관해 15년간 복무한 뒤 현재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행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법제처 우수 국민법제관에 선정된 '양주시 해결사' 이선경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치외교학과 02학번 이선경입니다. 2006년 여군 51기 정훈병과로 임관해 15년의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양주시에서 옥정행정사사무소 대표 행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대학교 재학 중 국방부 장관 간담회에서 여대 학군단의 필요성을 말씀하셨어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여군사관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원 인원도 많고 시험을 여러 번 보는 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 당시에 여학생이 장교가 되려면 여군사관이라는 선발 제도만 있었거든요. 남학생은 학사사관, 학군사관 선택이 가능한데, 여학생은 장학금을 지원받는 학군단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불합리하게 느껴졌어요.
국방부 장관님이 최초로 대학생들과 간담회하는 자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발언 기회를 얻어 이 내용을 말씀드렸어요. 당시 여군 간부님께서 '현재 그만큼의 수요가 없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려는 해보겠다'고 답변해 주셨습니다.
3. 동문님은 정훈병과의 육군 장교로 입대해서 15년을 복무하셨습니다. 처음 입대했을 때와 달리 여군에 대한 인식과 처우 등이 많이 변화했나요?
처음 입대했을 때는 군부대 내 여군을 같은 동료 군인으로서 대하는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어요. 숙소나 화장실 등 시설도 매우 열악했습니다. 또한, 같은 부대 내 동료 여군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을 나누거나 상담할 사람도 없었지요.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환경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요. 작년 기준으로 여군 비율이 10%가 넘었으니, 이제 여군 비율이 상당히 확대된 것을 체감할 정도예요. 시설이 확충되고 고충 상담관이 생기는 등 제도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됐습니다. 제가 임관 후 10년 차가 지난 즈음에는 ROTC도 생기면서 교류할 수 있는 여군 선후배님도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점차 '여군'이 아닌 '동료'로 대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4. 군대 전역 후 행정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선택했어요. 행정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행정사는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권리·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고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를 번역하는 등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자격사입니다. 저는 현재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인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행정법률 자문, 기업인허가 대리, 행정처분 대응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그 외에도 법무부 등록 출입국 민원대행기관으로 지정돼, 외국인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비자 업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5. 행정사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행정사 자격증 취득 이후 오프라인 기본 교육을 들었는데 여성 행정사는 저 한 명뿐이었어요. 제 주위에도 행정사가 아무도 없고, 제가 사는 동네에도 행정사 사무소가 없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행정사로서 과감히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행정사의 주요 업무 내용 역시 제가 정훈공보장교로 생활하면서 주로 했던 문서 작성, 기획력, 보고(상담) 능력 등을 경력으로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6. 행정사는 업무 특성상 불만이 있거나 억울한 시민과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상담이나 소통을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힘드신 분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억울한 처분을 받은 분들은 상담 중에 눈물을 자주 보입니다. 혼란스럽거나 당황스러워 감정이 앞설 때는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를 만나 차분히 대응 방안을 모색하라고 권해드려요. 실제로 상담만 받고 가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많이 말씀해 주세요.
가끔은 상담 도중 '무슨 그런 법이 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가만히 보면 정말 법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법제처에 법령 정비를 요청하는데, 지난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법제처 우수 국민법제관에도 선정됐습니다. 다양한 행정 분쟁에서 시민과 행정기관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7. 행정사로 근무하며 가장 뿌듯하거나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해 영어로만 소통이 되는 필리핀 국적의 고등학생의 대학 입학과 비자 발급을 도와드린 경험이 있습니다. 학생 아버님께서 블로그로 제 소개를 보셨는지 학생 진로상담부터 비자 발급까지 믿고 맡기겠다고 하셔서 입학 컨설턴트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진행해 드렸어요. 학생이 대학 합격 후 기뻐 울면서 정말 고맙다며 합격 소식을 알려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8. 행정사가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학부 시절에 가장 도움이 된 활동은 무엇인가요?
'말하기와 글쓰기', '발표와 토론', 그리고 법 관련 과목이나 행정학 관련 과목이 많이 생각납니다. 행정사 업무뿐만 아니라 제가 군에 있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된 과목이에요. 내 생각을 논리 있게 전달하고 전문 지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어떤 일에든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신희선 교수님(순헌칼리지) 강의가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9. 앞으로 동문님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ISO 국제인증심사원 자격을 취득해서 기업 대상 컨설팅을 해드리고 있는데요. 기업의 국제 인증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10.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대학 입학 이후 즐거움은 잠시, 졸업 이후의 진로와 삶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생 기간에만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는 것들이요. 날씨가 좋으면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후회 없이 놀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보세요.
그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전하세요. 지나고 보니 일단 도전하면 뜻밖에 도움을 주는 분들도 만나고, 또 다른 새로운 길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인 것이죠. 여러분의 마음속에 꿈틀대는 꿈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전하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이민지(문헌정보학과 23), 24기 김혜원(법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