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숙명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다…과잠 입고 캠퍼스 누비는 최창규 사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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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8-07
- 최창규 사진실장 인터뷰
한여름에도 정장을 입고, 땀에 젖은 셔츠 차림으로 캠퍼스를 분주히 누비는 사람이 있다. 숙명여대 학생은 아니지만 학교 점퍼는 물론 여러 학과 점퍼까지 소장하며 숙명인보다 더 숙명인이 되고 싶다는 사람. 그는 바로 숙명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최창규 사진실장이다.
3년 전 우연한 계기로 숙명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이제 아침마다 벅찬 마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사진은 나의 숙명, 숙명은 나의 행복"이라 말하는 최창규 사진실장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아 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 최창규입니다. 국제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 외국인 학생이 제 헤어스타일을 보고 눈송이 같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참 좋았는데요. 저 역시 숙명인 중 한 명이라는 마음으로 캠퍼스 곳곳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 숙명여대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숙명에 오기 전 가톨릭대에서 35년간 근무했고, 여러 부서를 거쳐 홍보팀장으로 정년 퇴임했어요. 취미로 평생교육원 사진 수업을 들으며 학교 주요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었고, 이는 점점 큰 즐거움이 됐죠. 학생처에서 근무할 때 전국대학학생관리자협의회 회장을 했는데 현재 숙명여대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최성희 팀장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이 인연이 이어져 최성희 팀장님이 2023년 '한국여자대학 스포츠 교류전' 촬영을 부탁하셨어요.
그 대회에서 숙명여대가 우승하고 MVP까지 배출하며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특히 시상식이 끝난 뒤 학생들이 트로피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멋진 장면이 나오겠다' 싶어 뒤에서 기다리다가 쫓아가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그 촬영을 계기로 또 다른 행사로 이어졌고 곧 숙명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우승컵이 저를 숙명으로 이끌어준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된 우연 같은 인연 덕분에 저는 오늘도 숙명의 순간들을 기록하며 저를 믿고 맡겨준 학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3. 사진실장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저는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하늘부터 확인해요. 맑음과 흐림은 촬영에 중요한 요소라서 자연스럽게 습관이 됐죠. 출근 전에는 전날 찍은 사진을 보정해 커뮤니케이션팀에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합니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1시간 먼저 현장에 가서 꼼꼼히 둘러보며 촬영 계획을 세우고, 행사가 없을 때는 캠퍼스 곳곳을 걸어 다니며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사진을 더 잘 찍으려면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러려면 체력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퇴근 후에는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하며 몸을 관리해요.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음 날 보정할 사진을 골라놓고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가 참 즐거워요.
4. 캠퍼스에서 다양한 학과 점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학교 점퍼를 입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요.
제 첫 숙명여대 점퍼는 입학식 준비 중, 총장님과 초대 가수용 점퍼를 주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함께 부탁드리며 갖게 됐어요. 식품영양학과 점퍼는 행사 날 학생들이 입고 있던 분홍색 점퍼가 눈에 띄어 과 대표 학생에게 구매 방법을 물었는데, 마침 신입생 단체 주문 중이라 함께 살 수 있었죠.
점퍼를 입게 된 건 진정한 숙명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사진을 찍는 작가가 아니라 숙명다운 사진을 잘 담기 위해 빠르게 숙명의 일원이 되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외부 기자가 많은 행사에서는 주요 촬영 위치에서 밀릴 때가 있는데, 점퍼를 입고 나서부터는 제가 숙명여대 작가라는 걸 바로 알아보고 중앙 자리를 비워주더라고요. 덕분에 더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죠. 앞으로 숙명의 모든 점퍼를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것이 제 작은 꿈입니다.
5. 연중 다양한 행사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텐데요. 그 순간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행사 중에서도 입학식과 졸업식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입학식에서는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학생들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느껴지고, 졸업식에서는 이제 사회로 나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죠.
또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순간도 자주 포착되는데요. 수많은 졸업생을 배경으로 스승과 제자가 서로 등을 두드려 주는 장면을 찍은 적이 있어요.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지금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울컥해요.
6. 숙명의 사계절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숙명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숙명의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을 가장 좋아해요. 그래서 눈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합니다. 학교가 언덕에 있어서 나무 위에 쌓인 눈들이 바람에 쉽게 떨어지는데 그 눈이 고스란히 덮인 풍경을 담기 위해 새벽 첫차를 타고 학교에 온 적도 있어요. 눈밭에 엎드려 사진을 찍으며 마주한 순백의 캠퍼스는 정말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죠. 너무 아름다워서 차가운 눈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7. 실장님의 사진은 현장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그런 사진을 담기 위해 지키는 철학과 원칙이 있나요?
저는 특히 인물 사진을 좋아해요. 단순히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마음은 표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진실한 표정을 담으려면 먼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캠퍼스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면 "날씨도 좋은데 같이 사진 한 번 찍어볼까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넵니다. 그러면 대부분 좋다고 하거든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도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학생들의 표정이 환해져요. 별것 아닌 과정 같지만 결국 이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사진 속 생동감을 살려주는 비결이랄까요?
8. 숙명여대에서 촬영한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을 꼽는다면요.
2024년 2월 22일, 눈이 펑펑 내린 날이었어요. 학위수여식을 하루 앞두고 순헌관 앞에서 몇몇 학생들이 미리 나와 사진을 찍고 있길래 제가 한 사람씩 다가가 "독사진과 가족사진도 찍어드릴 테니 같이 학사모 던지는 사진 찍어볼래요?"라고 제안했죠. 학생들은 흔쾌히 응했고 열 명 정도가 모였어요. 눈 내린 순헌관을 배경으로 서로 처음 보는 학생들이 함께 학사모를 던지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어요. 제안하지 않았다면 남기지 못했을 소중한 장면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9. 사진을 찍다 보면 때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합니다.
촬영 시간이 다가오면 항상 긴장되고 떨리는데요. 최근에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어요. 학교에 큰 행사가 있었는데 전날에도 사진 촬영이 4건이나 있어서 행사장을 미리 가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당일 도착했더니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당황했죠. 심지어 제가 촬영해야 할 타이밍에는 조명이 꺼지기까지 했어요.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 빛이 없으면 좋은 사진을 찍기 어렵습니다. 결과물은 학교 홈페이지에 잘 올라갔지만 저에겐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 경험을 통해 새로 배운 철칙이 하나 생겼어요. '발로 뛰는 것'. 어떤 행사든 사전에 현장을 확인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평소에도 행사장에 미리 가서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지만, 이번처럼 불가피하게 미리 가볼 수 없는 상황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최대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더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10. 캠퍼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좋은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남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저는 이름도, 학과도 모르는 학생들이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주고 꼭 전달하려고 합니다. 한 장 한 장이 그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졸업 후에도 그 사진을 보며 숙명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늘 정장을 입는 이유도 같은 마음에서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 혼자이지만, 사진을 찍히는 사람은 단체 사진의 경우 수백 명에 이르기도 하죠. 그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는 만큼, 격식을 갖춰 존중의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식 같은 특별한 행사에 사람들이 정장을 입는 것처럼 저는 매일 숙명에 올 때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 모두를 제 '손님'으로 여기며 정장을 입습니다.
11. 평소 사진으로 마음을 전하시는 실장님이 숙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숙명인들의 끊임없는 열정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가족 같은 따뜻함도 함께 경험하고 있어요. 그런 순간을 사진에 담을 때마다 저도 큰 행복을 느껴요. 여러분은 숙명인으로서 저에게 꿈 같은 시간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늘 웃으며 사세요. 사진작가로서 제가 가장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웃을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숙명을 졸업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도 미소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카메라 앞에서 지었던 그 행복한 웃음을 오래 기억하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우지윤(한국어문학부 24), 윤지원(테슬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