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사이트맵 열기

사이트맵

 
모바일메뉴열기 모바일메뉴 닫기

SM인터뷰

동문 INTERVIEW

드론축구 실태 파헤친 보도로 기자상까지…전주MBC 정자형 동문이 말하는 지역 언론의 매력

  • 조회수 114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9-04
  • 전주MBC 기자 정자형 동문(미디어학부 15) 인터뷰



"언론이 그저 좋은 부분만을 조명해서는 안 되잖아요. 공정하게 들여다보고, 진실도 마주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전주 MBC 기자 정자형 동문(미디어학부 15)은 전주시가 추진하던 드론축구 사업의 실태를 파헤친 심층 기획보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기획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전북민주언론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언론의 가치를 다시금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상은 부수적인 성과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사회를 움직이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 고유의 매력과 언론인의 소명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해 가는 정자형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함께 들어봤다.


1. 동문님은 지역 언론 기자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와요. 중앙 언론이 아닌 지역 언론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본격적으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당시는 코로나19와 겹치면서 공채가 급격히 감소했던 시기였어요. 시험 자체가 줄다 보니 어디서든 기자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뜨면 쓴다' 이런 마음으로 중앙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다 전주MBC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2. 전주시의 드론축구 관련 사업의 실체를 드러낸 「드론축구와 200억,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기획으로 여러 기자상을 수상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내용을 처음 접한 계기와 기획보도를 시작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정자형 동문은 전주시가 추진한 200억원대 드론축구 사업의 문제점을 심층 취재했다. 드론축구 월드컵의 허술한 준비과정과 특정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을 파헤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기획은 2024년 제408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제12회 전북민주언론상', 제191회 방송기자연합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지역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이 기획 보도는 제보에서 시작했습니다. 전주시의 드론축구 산업 중심에 있는 민간단체가 비자금 형성 등 비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론축구는 익숙지 않은 분야였지만, 비자금 형성 의혹 등 제보 내용이 상식적이지 않아 심층 취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제보자의 주장을 검증하고 각종 자료 수집하는 기간만 3주가량 소요됐어요. 초기에는 드론축구협회의 비자금 형성 의혹에 초점을 맞췄으나, 취재가 진행될수록 이 사업이 왜 추진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등 더 큰 의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취재기자 선배 2명과 함께 취재팀을 꾸려 13차례에 걸친 기획보도를 진행했어요. 드론축구는 전주시가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아이템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세금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지역 사회에서는 '성장해야 하는 사업을 왜 공격하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좋은 것만 홍보해주는 역할이 아니기에, 오히려 이 사업이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3.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하면서 동문님이 어떤 점을 느꼈고,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받은 상들은 사실상 저 혼자 받은 것이 아닙니다. 초년병 시절에는 선배들과 함께 팀을 꾸렸고, 최근에는 저를 주축으로 선배들과 협력해 이뤄낸 결과물들이었습니다. 상을 받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기에,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한 결과로 상이 따라와줘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은 기자에게 매우 부가적인 요소이며, 상이 보도의 최우선 가치여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합니다.


수상 직후에는 비판 보도라는 지적을 안팎에서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었습니다.(웃음) 한 일주일쯤 지나니 그때 받았던 상이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왜 기사를 쓰는지, 왜 내가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또한 앞으로도 독자와 시청자가 반응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강력한 원동력이 생겼습니다.



4. 기획 보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기자들은 취재 대상을 '생물' 같다고 표현해요. 항상 바뀐다는 뜻이죠. 늘 변수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만큼 매번 난관에 부딪히죠. 아무리 철저히 계획하고 섭외를 마쳐도 취재원이 갑자기 응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변수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4년 차 막내급 기자인 제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예요. 


그중 취재 과정에서 주로 겪는 어려움은 반론 확보입니다. 의혹이 제기되는 대상의 입장을 듣고 반론권을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실제 취재 현장에서는 단순한 취재 거부를 넘어 폭언, 모욕, 문전박대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론 취재를 포기할 수는 없기에, 형식적인 것을 넘어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취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상대를 무작정 몰아붙이는 것은 되레 역효과가 난다는 것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본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취재원들도 꽤 있거든요. 요새는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취재원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론을 표명할 수 있도록 존중하며 취재하고 있습니다.

 

5. 복잡한 사안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주제를 취재할 때, 동문님만의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론계 은어 중 '총을 맞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뉴스나 다음 날 신문 지면에 기사를 실어야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평소 잘 알 거나 준비했던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보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안을 차분히 살펴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기존 보도들을 보면서 사실관계나 쟁점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려 합니다. 


한편, 기획취재 등 사안을 깊숙하게 봐야 할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려고 합니다. 비공개 결정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시의원이나 도의원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확보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6. 동문님이 생각하는 지역 언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지역 언론의 특징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크고 작은 일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인데요. 지역 친화적, 지역 밀착형이라고나 할까요? 지역 소식을 다루다 보니 보도 이후 주 시청자인 지역민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그래서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일지라도 쓸 때마다 크고 작은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7. 동문님이 지역 현안을 보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누구를 위한 기사인가?, 누구를 위한 취재인가?'라는 물음을 늘 가지려고 노력해요. 결국 지역 언론이 있는 이유는 지역민인 시청자들을 위해서거든요. 지역 현안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취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저희 취재진을 끊임없이 설득하려고도 하고요.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시청자 대신 묻고 따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지역민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없는지 자세히 살피려고 합니다.


8. 지역 기자는 지역의 정치인이나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 유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공공성을 지닌 보도를 위해 어떻게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해 나가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전주에 연고가 없어 학연, 혈연, 지연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다만, 전주에서 생활한 지 시간이 꽤 되어 알고 지내는 취재원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고사성어를 혹시 들어봤을까요? 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데요. 저는 친분을 앞세워 상대를 기만해 취재하지 않으려고 하며, 취재를 위해 연락할 때는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려고도 합니다. 2017년 제가 SBS 정치부 인턴으로 근무하였을 때, 한 선배가 '비판 보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자 자신도 청렴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제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9. 앞으로 기자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나 관심 있는 이슈가 있나요?


저는 현재 법원과 검찰을 출입처로 하고 있어요. 법원과 검찰은 한 사건의 마지막까지 볼 수 있는 출입처이기에 취재의 갈증이 해소되는 매력적인 출입처라고 생각해요.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고민해 볼만한 지점이 있는 유의미한 판결이나 사건을 보도해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세금을 다뤄보고 싶어요. 사실 제가 그간 보도한 드론 축구, 수의 계약 이런 것도 모두 세금과 연관돼 있거든요. 저는 항상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떤 방향으로 쓰이는지, 그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닌지'처럼 세금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어요.


10.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혹은 기자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부 시절 취업을 굉장히 빨리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저는 굉장히 부러웠어요. 저는 그 당시 기자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거든요. 준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남들보다 내가 뒤처진 것 같고,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자가 되고 돌이켜보니 그때는 하나도 늦지 않았음을 깨달았어요. 각자의 시간은 다 달라요. 절대 조급해하지도 말고, 자신을 자책하지도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내가 굉장히 작아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작아질 이유는 전혀 없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이서영(미디어학부24), 한나림(법학과 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