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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저와 함께 샹송의 매력에 빠져보시겠어요?" 가수 ‘샹송제이’ 이지수 동문

  • 조회수 779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3-15
  • 가수 '샹송제이' 이지수 동문(프랑스언어·문화학과 08) 인터뷰


이지수 동문은 학부 시절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수업에서 처음 샹송에 빠졌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장르지만, 샹송을 자주 듣고 접하면서 조금씩 흥미를 키웠다. 


이제는 흥미를 넘어 '샹송제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한 이지수 동문. 그를 사로잡은 샹송의 다채로운 매력을 숙명통신원이 담아봤다. 



1. 샹송은 상대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장르인데, 어떻게 처음 샹송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샹송은 학부에서 처음 제대로 접했어요.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울 때 접했던 샹송은 간단한 동요 정도였는데, 학부에서는 기초 교재부터 프랑스의 옛 가요가 자주 등장했어요. 이렇게 학과에서 샹송에 자주 노출되면서 샹송에 관심을 갖게 됐죠.


원어민 교수님께서 강의를 통해 동시대의 프렌치 팝 동향을 자주 전해주셨고, 샹송 가수들의 앨범도 선물해 주셔서 더더욱 샹송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샹송 가수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직접 샹송을 부르는 일이 많아졌고, 직접 샹송의 내력을 공부하는 시간도 늘어났고요. 사랑하면 다 하게 되더군요!


2. 동문님이 샹송 가수로서 처음 참여한 전국 대학생 프랑스어권 샹송 경연대회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요?


제가 학부 행사에서 노래하는 걸 보신 전공 교수님께서 매해 대사관이 주최하는 대학생 샹송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 주셨어요. 2학년이던 2009년, 마침 우리 숙명여대에서 대회 예선이 열려서 더욱 마음 편하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퀘벡 샹송 가수 린다 르메이의 청량한 목소리와 기타 연주에 매료돼서 그녀의 곡으로 대회에 참가했어요. 곡을 준비하면서 난생처음으로 기타를 사서 열심히 독학했죠. 원어민 교수님께서 발음과 기본적인 무대 매너를 점검해 주셨고, 전공 교수님들께서도 응원해 주신 덕에 대회 은상을 수상하며 샹송 가수로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3. 재학 중 반포서래 한불 음악 축제에서도 공연을 하셨어요.


반포서래 한불 음악 축제는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래마을에서 프랑스의 ‘음악의 날 La fête de la musique’을 기념하여 해마다 열리는 음악 축제입니다. 1학년이었던 2008년에는 대학생 공연자로 지원했고, 2009년에는 축제 내부 프로그램이었던 샹송대회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2010년에는 주최 측 초청을 받아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을 불렀고요. 작년 여름에도 샹송 가수로 초청받아 공연했는데, 14년 전 제가 참가했던 대회를 심사하셨던 선생님을 같은 무대에서 뵙기도 하니 감회가 새로웠죠.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샹송 뮤지션을 발굴하던 대학생 샹송 경연대회가 중단된 게 정말 아쉬워요. 하루빨리 샹송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4. 학생 시절 경험 중 샹송 가수라는 직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앙 뮤지컬 동아리 ‘설렘’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학생회관 연습실과 섬김홀에서 거의 2년을 거주하다시피 하면서 경험한 무대의 추억이 샹송 가수로 진로를 정하고 활동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또 전공 수업에서 강독했던 문학 작품들이 여러 샹송 속에 가사로 녹아 있는 걸 발견하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역시 전공의 힘이 컸다는 걸 느낍니다.


5. 프랑스어로 노래할 때 특히 어떤 부분을 신경 쓰나요?


국내 관객에게 샹송은 사전 정보 없이 즐기기 쉽지 않은 장르입니다. 그래서 가사와 곡 뒤에 숨은 이야기를 미리 공부해 설명하고, 가능한 원곡의 정확한 감성을 전하려 노력합니다. 옛 노래에는 역사적인 기록이나 가수의 생애 등 곡을 해석하는 실마리가 되는 단서들이 남아 있는데, 현대곡에는 그런 단서가 적어요. 그 공백을 더 정확한 발음, 곡이 창작된 시대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며 메꾸고 있습니다.


6. 프랑스의 대중 노래인 샹송을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대중 노래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샹송은 흔히 ‘멜랑콜리’하다고 표현되는, 어느 한 단어로 축약하기 힘든 지점의 감정과 상황을 노래 속에 담고 있어요. 1900년대에 태동한 사실주의 샹송(chanson réaliste) 속에서는 다양한 서민 계급의 화자가 적나라한 시대상을 노래하는데요. 예를 들면 에디트 피아프의 ‘아코디언 연주자’에는 연인이었던 아코디언 연주자를 전쟁으로 잃은 거리의 여인이 화자로 등장해 비통함을 호소합니다. 그만큼 노래 가사 속 화자의 캐릭터성이 아주 구체적이고 연극적이라는 차이가 있어요. 그 자체로 샹송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7. 숙명여대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샹송이 있나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샹송은 보통 반세기 전쯤의 오랜 명곡인 경우가 많은데요. 현대 프렌치 팝도 매력 넘치는 장르랍니다. 앙젤 Angel, 뽐므 Pomme처럼 동시대 프랑스 가수의 곡도 꼭 들어보세요. 샹송과 프랑스를 좋아한다면 분명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도 애청하셨을 텐데요.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에밀리 인 파리’ 공식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프랑스 인디 뮤지션의 감각 있는 곡도 많이 만나 보시길 추천합니다.

 

샹송이 생소한 학생들은 국내 뮤지션의 불어 곡부터 입문하는 루트를 추천합니다.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guttes, Paris 사랑, 바게트, 파리’ 같은 곡이요. 또 영미권의 익숙한 재즈 스탠더드 곡을 불어로 소화한 줄리앙 클레르 Julien Clerc의 앨범 <Studio>(2003)도 추천합니다.


8. 동문님도 얼마 전 첫 EP 앨범을 발매했다고 들었어요.


저의 첫 EP 앨범 <프렌치의 쓸모>에 자작 샹송과 함께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역사적인 번안 샹송인 ‘Mademoiselle de Paris 파리의 아가씨’, ‘Moulinrouge 무랑루쥬의 노래’를 실었습니다. 우리 대중가요 초기의 자양분이 된 두 샹송을 샹송제이의 목소리로 감상해 보세요.


9. 샹송 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뮤지컬 넘버, 특히 디즈니 OST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요. 언젠가 꼭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 한국어 버전의 가수가 되고 싶고요. 뮤지컬 역시 언젠가 두 아이를 충분히 양육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넉넉해지면 꼭 도전해 보려 합니다.


10. 샹송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써왔던 샹송 에세이가 있는데요. 올해는 꼭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대학원에 진학해 K-POP과 샹송의 상관관계와 역사를 공식적으로 연구해 정리하고 싶어요.


또, 올해나 이듬해 안으로 일본 무대에 꼭 진출하고 싶어요. 일본은 샹송을 대중가요와 엔카의 한 지류로 인정하는 분위기 덕분에 자국에서 활동하는 샹송 뮤지션의 리그가 무척 크고 체계적인데요. 일본의 샹송 생태계를 직접 취재하고 경험해서 우리 대중음악계에도 샹송 장르와 음악가가 더 건강히 자생할 수 있는 시장을 닦아보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송서현(프랑스언어·문화학과 22), 임세린(의류학과 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