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지역을 잇는 청년들의 매개자, '별의별 이주땡땡' 조윤정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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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9-20
- 별의별 이주땡땡 네트워크 대표 조윤정 동문(문화관광학과 02)
"10년 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별의별 이주땡땡’ 프로젝트는 7년째 진행 중인 청년 대상 지역살이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은 도시를 벗어나 지역의 일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대학 문화관광학과,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조윤정 동문(문화관광학과 02)은 현재 비영리단체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로 청년 지역살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과 도시의 매개자'라는 철학으로 두 공간을 이어주는 조윤정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조윤정입니다. 문화관광학과 02학번이자, 본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2.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를 소개해 주세요.
비영리단체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는 전국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통해 삶의 경로를 재탐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닌 낯선 지역에서 2주 동안 살아보면서 '내가 지역에서 살아도 되는 사람인가'를 실험하는 기회를 안전한 방식으로 제공해 주고 있어요.
3.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8년 당시 별의별이주땡땡은 서울시청년허브에서 진행하는 국내외교류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대다수 청년이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창업을 하며 살아가는 것과 달리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청년들이 다른 지역 사람과 만나게 해주고, 그곳에서 살아보는 기회를 주고자 한 거죠. 이때 청년들은 기존 거주지에서 떠나는 용기 있는 실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비빌 언덕' 역할을 해줄 지역 분들을 전국에서 찾아내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4. 참가자들이 ‘소비하는 형태’가 아닌 ‘경험하는 형태’로 지방을 탐색한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지역 정보를 찾아보기가 용이한 시대입니다. 대부분은 관광하면서 소비하는 형태, 즉 여행자의 관점으로 지역을 탐색하게 되죠. 그런데 이 관점으로는 이 지역에 사는 것을 상상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지역의 환경은 어떤지, 이웃 중에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있는지,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직접 지역민의 삶을 살아보고 난 뒤에야 '아, 내가 이곳에서의 삶이 나랑 맞는구나' 혹은 '안 맞는구나'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
만약 어떤 지역과 궁합이 맞다면 그곳에 자꾸 방문하다가 실제로 이주하거나 혹은 지역민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가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청년들이 대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의 관계인구가 되어보는 계기를 안전하게 마련해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5.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는 다른 지역살이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가장 큰 특징은 일상성과 일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관광이 아닌 지역의 일상을 경험하려면 실제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랑 똑같이 일 경험을 하며 살아보아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옥천에서는 기자, 홍성에서는 농부, 춘천에서는 돌봄 교사, 영광에서는 사회복지사, 함양에서는 로컬기획자, 변산에서는 공동체 생활, 상주에서는 촌에서의 n잡러 등 지역 현장에서 각자 하는 일을 체험할 수 있어요.
실제로 작년 경북 상주에서 ‘이주N잡러’로 참여했다가 현재 협동조합 스태프로 일하거나, 옥천에 '이주기자'로 왔다가 실제 옥천의 잡지사에 취업하고 활동하는 사례도 있어요. 작년에 완주 '이주기획자'에 참여했던 청년 5명은 모두 완주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신기했어요.
6.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2021년에 서울시청년허브의 사정으로 별의별이주땡땡 프로젝트를 쉬어간 적이 있어요. 이때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별의별이주땡땡은 없어지는 여러 사업 중 하나였을 거예요. 당시 육아 휴직을 끝내고 복귀해 이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는데 기회가 찾아왔어요. 결국 삼선복지재단에서 활동비와 운영비 일부를 3년간 지원받게 됐고, 지역 현장에서는 청년들의 체재비(2주간의 숙박비, 1일 1식 비용)를 자부담하기로 약속하면서 프로젝트를 살려낼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참여해 주셨던 지역 현장 관계자분들이 예산 문제로 없어지기엔 너무 좋은 프로젝트라고 해주셨던 게 큰 힘이 됐어요.
7.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 현장의 철학이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에요. 만약 큰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면, 소위 '중간 플레이어'가 갈려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장 관계자와 참여하는 청년들의 생각, 철학을 존중하면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별의별이주땡땡 프로젝트는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사업이 아니에요. 그렇기에 한 번에 많은 청년을 보내는 것이 그 지역과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을 많이 해본 것이죠. 재미난 건 그 지역이 어떤 곳인지 청년들에게 상세하게 안내했다고 해도 지역에 가면 다양하게 반응합니다. 시골집 할머니 댁에 가는 거랑 시골의 어떤 일터에 가는 건 되게 다른 거잖아요. 심지어 그곳이 내가 살 곳이 됐을 때 그 사람들은 나에게 이웃이 될 텐데,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고민하게 해주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굉장히 꾸준히, 느리게 가는 것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8. 지방 이주를 고민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인생 실험'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마흔쯤인 저도 많이 늙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완전히 이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주거지를 옮겨보는 경험을 해야 본인이 귀농, 귀촌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해외든, 도시든, 지역이든 거주지에 따른 장단점은 분명히 있고 그중 나와 무엇이 맞는지는 직접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전환의 시점마다 귀인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여러분의 비빌 언덕이 되어줄 사람들이요.
9. 한국은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한 나라입니다. 그런 강박관념 때문에 새롭게 도전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집안이 보수적인 편이라 나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면 무얼 하기 위한 적당한 나이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예술행정직에 오래 근무하면서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삶의 태도를 동경했고, 현재는 지역 관련 일을 하면서 나다운 삶을 사는 사람을 많이 보면서 절로 존경심이 들기도 해요. 제가 대학교 때 이걸 알았더라면 훨씬 제 삶이 풍부해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위 남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이 둘 중에 무얼 더 우위에 둘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본연의 나다운 모습을 찾아나가는 작업을 평생 계속해 보면 좋겠어요. 나 자신과의 진한 연애죠. '이 세상에 나보다 재미난, 게다가 유익한 콘텐츠는 없어' 이런 마음으로요. 주체적으로 삶을 기획해서 사는 것이 삶의 만족도와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이시진(문화관광학전공 22), 23기 이민지(문헌정보학과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