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년 만에 전국대회 제패한 숙명유도부 "여성들에게 유도의 매력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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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9-25
- 숙명유도부 인터뷰
부드러울 유(柔) 길 도(道). '부드러움이 능히 거침을 이긴다'는 유도의 핵심적인 글귀다. 상대를 타격하지 않고 넘어뜨리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무력화시켜 제압하는 유도는 부드러운 힘의 정수를 보여준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우리대학 슬로건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숙명여대에도 유도부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장윤지 학생(법학부 19)은 많은 여성에게 유도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는 목표 아래 숙명여대 최초의 유도부 ‘숙명유도부’를 창단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숙명유도부는 전국대학동아리유도대회 여자대학부 단체전 부문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영광의 주인공 장윤지, 김우원(경제학부 21), 배정연(IT공학과 21) 학생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전국대학동아리유도대회 여자대학부 단체전 부문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이 어떤가요?
김우원: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숙명유도부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유도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상태여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거든요. 경기장에 가보니 대부분의 선수가 검은띠라서 경력 차이에 압도당했어요. 저희는 초록띠와 흰띠, 검은띠가 섞여 있어 처음부터 긴장했죠. 하지만 숙대의 이름을 걸고 매트를 두 번은 밟아보자고 결심하고 경기에 임했어요. 그 결과 예상치 못한 금메달과 트로피를 받아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2.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우원: 생활체육 여자부는 보통 2분을 경기하고, 2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골든스코어를 통해 승패를 결정합니다. 저는 공식적으로는 5~6분 정도 경기를 했는데 중간중간 진행에 문제가 있어 경기가 정말 오래 지속됐습니다. 경기 끝나고 경기 영상을 확인하니 총 13분을 다다미에 서 있었더라고요. 저도, 상대 선수도 힘에 부쳐서 기술을 들어가도 끝까지 메치지 못하고 서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체력을 소진했는데, 결국 곁누르기로 승리를 얻어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유도하면서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너무 힘들어서 다다미를 나가자마자 윤지언니한테 안겨서 울었습니다.
장윤지: 단체전 선수 중 저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저에게 와서 울었습니다. 다음 경기해야 하는데 왜 우냐며 경기 분석을 들려줬는데 애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혼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8강, 4강에서 계속 지다가 결승전에서 승리했던 선수에게 ‘4강에서 지는 것도 습관이야’라며 달래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단호했던 것 같아 미안하네요.
3. 창단한 지 1년도 안 된 신생동아리인데, 숙명유도부를 창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윤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윤현지 선수의 경기를 보고 유도를 시작한 이후 처음 가진 목표가 학교 유도부 창단이었어요. 유도의 가장 큰 장점은 체급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몇 키로세요?”라는 질문이 일상 속에선 당황스럽고 누군가에겐 수치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지만, 유도에서는 꼭 필요한 질문이에요. 유도는 체급에 맞는 파트너와 운동하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유도장에 갔을 때 제 체중을 묻는 질문에 답하기가 부끄러웠어요. 그러나 그 질문이 나를 향한 평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체중이 '체급'에 불과한 유도장에서 그동안 삶에 녹아있던 체중과 몸에 대한 압박이 사라짐을 느꼈어요. 이런 제 경험처럼, 여성이 겪는 압박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다른 숙명인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숙명유도부를 창단했습니다.
4. 숙명유도부 창단 초기부터 많은 학생이 지원했나요?
장윤지: 입부를 희망하는 인원이 많지 않을 거라는 저의 예상과는 달리 50여명의 숙명인이 지원해 주셨어요. 당시 저는 '유도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입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저 혼자 이끌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사범님, 코치님, 용인대 유도학과 지인들의 도움을 얻었어요.
5. 숙명유도부만의 특별한 점이 있나요?
장윤지: 숙명유도부의 특별한 점은 안전한 유도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부상자가 많은 타 대학 동아리에 비해 숙명유도부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모든 운영진이 안전함을 제1원칙으로 고려한다는 것이 숙명유도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제가 유도를 좋아하다 보니 국가대표 선수나 대한유도회 분들과 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대표 세미나에 참여하고, 실제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다는 것도 동아리에 작은 재미를 주지 않나 싶습니다.
배정연: 유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입문이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숙대생만으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어 입문이 쉬워졌습니다. 실제로 숙명유도부를 통해 유도를 접하고, 이젠 유도장까지 따로 다니는 부원들도 있습니다. 또한 가입 조건에서 학적 상태에 제한을 두지 않아 신입생부터 졸업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숙대생이 함께 어울려서 운동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숙명유도부 유도복에는 숙명이 한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학잠처럼 숙명 마크가 새겨진 도복을 통해 숙명유도부원끼리 특별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6. 매주 토, 일요일에 정규 훈련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훈련과 경기 준비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김우원: 토요일은 주장과 훈련부장 지도하에 운동을 진행하고, 일요일은 오랜 경력의 사범님께서 직접 지도해주십니다. 신규부원이 많은 학기 초에는 낙법과 구르기를 위주로 유도에 적응해 나가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 후 한팔업어치기와 밭다리후리기 등의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실력이 쌓이면 사범님, 유단자 부원, 경력이 있는 기존 부원들과 잡기싸움(*자유대련 중 실제로 메치지 않고 메치기 직전까지 동작을 들어가 보는 것)부터 시작해 운동을 진행합니다.
배정연: 정규 훈련은 '준비 운동'과 '구르기'로 시작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모든 부원이 시간을 들여 몸을 풀 수 있도록 합니다. 유도를 처음 시작하는 부원들은 낙법부터 배운 뒤 업어치기나 밭다리후리기 등 기술을 배우고, ‘익히기’를 통해 기술을 연마합니다. 기술을 어느 정도 습득했다면 경험자와 ‘대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혹 다른 부원과의 진도 차이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훈련은 임원진이 개개인의 진도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7. 유도부 활동을 하면서 뿌듯하거나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김우원: 유도는 체력 소모가 큰 운동입니다. 특히 대련할 때는 틀어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너무 힘들고 무서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나랑 대련할 사람?’ 외쳤을 때 고민 없이 손을 들고, 이기든 지든 기술에 걸려 넘어가든 대련을 즐기게 되었을 때 ‘내가 정말 유도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많이 성장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죠.
장윤지: 제가 정말 팬인 국가대표 윤현지 선수를 모셨을 때 선수님께서 좋은 기운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본인의 금메달을 주셨었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전에 저희가 단체전 금메달을 보내드리며 그 금메달에 보답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8. 유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우원: 유도는 내가 상대방을 메쳐서 한판을 따내야 하는 운동이지만, 저는 특이하게도 떨어지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처음엔 '내가 저 기술을 받는다고? 저렇게 세게 떨어지는데?' 싶을 수 있지만, 낙법을 정확히 배우고 몸에 익힌 채 상대의 완벽한 기술에 압도당할 때, 오히려 짜릿함을 느끼고 유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기술에 걸려 쿵 떨어지고 나면, '나도 저런 기술을 써봐야지, 더 발전해야지' 하고 다짐해요.
배정연: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유도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체육 시간 이후로 낙법과 앞구르기를 일상에서 할 일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도장에서 평소에 입지 않는 특별한 옷인 유도복을 입고, 앞구르기는 물론 뒷구르기도 하죠. 유도 기술을 이용해 상대방을 메치거나 낙법으로 저 자신이 메쳐질 수도 있습니다. 유도를 하지 않았다면 저보다 체급이 높은 사람을 넘길 수 없었을 테지만, 유도를 하면서 저보다 체급이 높은 사람을 넘기는 경험도 할 수 있었어요.
9. 향후 유도부를 운영하기 위해 세운 계획이 있나요?
김우원: 요즘 하는 생각은 그저 유도부의 존속뿐입니다. 아직은 초창기지만 유도부가 오래오래 유지되길 바라며 한 명 한 명의 유도부원을 소중히 여기고자 합니다. 유도가 부상 걱정에 두려운 운동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운동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첫째도 안전 관리 둘째도 안전 관리에 힘쓸 예정입니다. 동아리를 더 활성화해서 꼭 중앙동아리 등록도 됐으면 좋겠고, 대한유도회에 정식 유도 동아리로 등록해서 다른 생활체육 대회에서도 숙명여대 이름으로 출전해 학교의 이름을 빛낼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10. 앞으로 이루고 싶은 숙명유도부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김우원: 저희가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유도해 볼까?’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재밌게 운동하고 싶습니다. 또, 대학 동아리 유도부라는 말을 했을 때 “아 숙대 유도부 유명하던데!” 소리가 나올 수 있게끔 동아리를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동아리 내에 유단자가 창단 이전부터 유도를 해오던 부원들밖에 없는데, 목표는 저를 포함한 모든 부원 검은띠 만들기입니다.
장윤지: 전국 유도동아리를 보면 여대 동아리가 활성화된 경우는 거의 없고, 공학 동아리에서도 여성부원이 적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숙명유도부를 더 활발히 운영해 더 많은 여성이 유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김규나(홍보광고학과 21),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